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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괴 알바그다디, 부인 실토로 꼬리 밟혀 군견에 쫓기다 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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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괴 알바그다디, 부인 실토로 꼬리 밟혀 군견에 쫓기다 폭사

입력
2019.10.28 18:33
수정
2019.10.29 10: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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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케일라 뮬러’ 작전 막전막후]

“이들립 지역에 은신처” 첩보에 트럼프 급습작전 신속히 승인

헬기 8대 현장까지 저공비행… 특수부대 델타포스 진입 엄호포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에서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전날 시리아의 은신처에서 미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에서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전날 시리아의 은신처에서 미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립 은신처에서 미군의 급습을 받고 사망하기까지 5개월가량 정보기관과 주변국들이 개입한 첩보전이 치밀하게 진행됐다. 지난 여름 알바그다디의 부인으로부터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미국 당국이 그동안 이라크와 쿠르드족 등 다양한 진영의 협조를 받아 제거 작전을 은밀히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뉴욕타임스(NYT)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의 막전막후는 정교하게 쓰여진 첩보드라마 시나리오를 방불케 한다. NYT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여름 알바그다디의 부인 중 한 명과 연락책을 체포해 심문하는 과정에서 알바그다디의 대략적 소재지를 파악하게 됐다. 이후 미국은 이라크 및 시리아 내 쿠르드군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협력해 주변에 스파이를 심고 알바그다디의 동향과 위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는 IS 수괴를 생포 또는 사살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이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되던 미군의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이 급물살을 탄 건 지난 주 그가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는 첩보가 입수되면서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로 감시 인력이 대폭 줄어든 만큼, 앞으로는 추적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란 위기감까지 더해지면서 불과 며칠 사이 작전의 승인과 수행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CBS에 “지난 24일 알바그다디의 은신처가 이들립 지역에 있다는 높은 개연성을 확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작전 마련을 지시했고 군 당국이 25일 보고한 작전 내용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보 취득부터 알바그다디 제거까지… 미군의 ‘케일라 뮬러’ 작전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정보 취득부터 알바그다디 제거까지… 미군의 ‘케일라 뮬러’ 작전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26일 오전 최종 상황 점검을 마친 ‘케일라 뮬러’ 작전의 개시가 확정됐다. 작전명은 2013년 IS에 납치돼 18개월간 인질로 고초를 겪다 희생당한 미국인 여성 인권운동가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긴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 백악관에 복귀해 오후 5시부터 상황실에서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6명의 참모와 함께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특수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같은 시각 수송헬기 CH-47 치누크를 주축으로 편성된 8대의 미군 헬기가 이라크 에르빌 인근 군사기지를 떠나 시리아 서부 이들립의 바리샤 지역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군 헬기는 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매우 매우 낮고 빠르게 70분간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6시10분 쯤 목적지에 도착한 헬기와 군용기는 인근 건물을 향해 포격을 퍼부으며 델타포스를 엄호했고, 특수부대원들은 위장폭탄 등 부비트랩을 피하기 위해 정문이 아닌 벽을 부수고 은신처에 진입했다.

은신처 안에서 IS 대원 다섯을 사살한 특공대원들은 알바그다디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알바그다디가 자녀 셋을 데리고 지하 터널로 피신하자, 군견이 그 뒤를 맹렬히 쫓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결국 터널 끝에서 막다른 길에 몰린 알바그다디는 조끼를 폭발시켜 세 자녀와 함께 사망했고 붕괴된 터널의 잔해에 파묻혔다. 에스퍼 장관은 ABC에 출연해 “알바그다디에게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그가 폭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폭발 직후 특수부대원들은 미리 확보해둔 DNA 샘플을 이용해 알바그다디의 신원을 신속히 확인했다. 작전 개시 2시간15분 만인 오후 7시15분 백악관은 현장 지휘관으로부터 알바그다디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보고받았다.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NBC 인터뷰에서 “지휘관이 전화 통화로 ‘100% 확신. 잭팟. 그를 잡았다. 오버’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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