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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갖기가 겁나요”… 임신 출산 보육 3박자 어긋난 경북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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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갖기가 겁나요”… 임신 출산 보육 3박자 어긋난 경북 농촌

입력
2019.10.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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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환경 현장점검] <상> 경북은 출산인프라 사각지대

경북 23개 시군 중 13곳 분만산부인과 없고, 5곳 외래병원도 전무

최근 대한민국에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보기가 힘들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추세가 되다보니 정부와 지자체 할 것 없이 결혼과 출산 장려운동에 목을 메고 있다. 도시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경북 농어촌으로 들어가면 산부인과 병원 하나 없는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임신에서 출산 및 산후조리, 보육에 이르는 인프라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6,000억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경북의 출산환경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북 안동성소병원은 현재 경북 북부지역 거점 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한 곳에서 분만과 산후조리가 가능하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경북 안동성소병원은 현재 경북 북부지역 거점 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한 곳에서 분만과 산후조리가 가능하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경북 영양군에 살고 있는 최모(32) 씨는 첫 아이를 출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임신 당시를 떠올리면 끔찍하다. 산부인과가 없어 임신부터 출산, 산후조리까지 자동차로 꼬박 1시간이 걸리는 안동의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55㎞나 떨어져 있는 병원 한 번 다녀오는데 한나절이 훌쩍 넘었다. 임산부다 보니 피로회복이 더뎌 하루가 통째로 날아갔다. 최 씨는 “둘째를 가져도 같은 일이 또 반복될 게 뻔해 임신하기 겁난다”며 “무의촌 산모들은 산부인과가 아닌 일반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출산이 임박하면 아예 대도시로 원정을 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대대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열악한 출산환경으로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보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도내 23개 시군의 산부인과는 모두 86곳으로 이중 분만이 가능한 병원은 24곳에 불과하다. 그 중 9곳이 구미에 몰려있고 포항과 경주가 각 3곳, 안동 2곳으로 지역 편차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 10만 안팎의 시 지역인 영천 문경과 영양 군위 등 13개 시군에는 아예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 심지어 영양 군위 고령 성주 봉화 5개 군은 분만은 물론 외래 산부인과조차 없다.

이러다 보니 이 지역 산모들은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원정진료 길에 나서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한 달에 1회인 진료 주기도 출산이 임박해지면 한 주에 1회로 줄어드는데 연휴라도 걸리면 응급실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출산이 다가 아니다. 분만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출산 후 산후조리원과 신생아 진료 등이 또 다시 산모의 발목을 잡는다. 문경 영양 청송 등 경북 북부지역의 산모들이 몰리는 안동에도 분만 산부인과는 2곳이지만 산후조리원은 1곳뿐이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1주일에 불과하다.

인구 15만명의 김천의 경우 김천제일병원이 지난해 말 산후조리원을 폐원했고, 분만실마저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박판수 경북도의원의 지적이다.

신생아를 진료할 소아과는 더 심각하다. 신생아 진료는 진단 정도를 제외하면 대구 등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안동에 살고 있는 이모(28) 씨는 지난해 6월 안동에서 생후 3일된 첫째 아이와 생이별을 했다. 뇌수막염 진단이 나오자 출산한 병원 측이 “우리 병원에서는 봐 줄 수 없으니 대구에 있는 병원에 가라”고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씨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이 씨의 남편이 아이를 대구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 입원시켰다. 이 씨는 “남편이 핏덩어리를 데리고 장시간 운전해 갔을 상황을 생각하니 참 끔찍하다”고 회상했다.

원정출산도 눈에 띈다. 안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허모(34) 씨는 내년 4월 셋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는 첫째와 둘째를 친정인 경주와 인접한 포항에서 낳았다. 친정도 있었지만 병원 선택의 폭이 넓었던 점이 원정출산에 영향을 줬다. 허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양육 문제도 걸리고 친정 근처 큰 병원이 있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영숙 경북도의원은 “분만취약지역에 외래 산부인과, 공공 산후조리원 등 분만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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