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계사를 100명 이상 거느린 회계법인이 두 곳이나 늘어나는 등 회계법인 대형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은 회사로부터 받은 보수는 평균 8% 올랐고, 특히 4대 법인의 감사보수 상승률은 그 3배에 달했다. 모두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신(新)외부감사법(외감법)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28일 발표한 ‘2018사업연도 회계법인 사업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업계에선 대형 법인 증가가 눈에 띈다. 소속 등록회계사 100명 이상 법인은 지난해 14개로 전년(12개)에 비해 2곳 늘었다. 반면 중형 법인으로 분류되는 회계사 30~99명 법인은 2016년 35개, 2017년 31개를 거쳐 지난해 30개로 줄었다. 중형 법인이 대형 법인으로 통폐합하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도입된 신외감법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된 영향이 크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사 및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해당 기업들의 감사인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등록회계사가 40명이어야 하고, 회계사 수가 많아질수록 규모가 큰 상장사의 지정감사인이 될 수 있다. 회계법인 입장에선 감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감사보수도 늘었다. 지난해 회계법인들이 받은 평균 감사보수는 3,140만원으로 2017년 대비 8.3% 증가했다. 특히 4대 법인의 평균 감사보수는 1억990만원으로 1년 사이 24%나 늘었다. 회계법인들의 감사보수는 2017년까지만 해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4대 법인을 중심으로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신외감법상 ‘표준감사시간제도’가 도입돼 감사 시간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감사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별로 적정한 감사 시간을 정해주는 것이다. 표준시간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이 제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속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감사시간이 기존보다 1.5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감사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감사보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외감법이 도입돼 회계법인들의 감사 질을 올리는 데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앞으로도 회계법인들은 충분한 감사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감사 인력을 늘리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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