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출신 이민자의 출산ㆍ양육을 돕는 가족에게 방문동거 체류(F-1 비자)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 이를 여성에게만 한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 고의영)는 베트남 남성 A씨가 인천출입국ㆍ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체류 자격 변경 허가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의 여동생은 2007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뒤 2014년 자녀를 낳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2월 단기방문(C-1)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조카의 양육을 돕겠다며 F-1 비자로 체류 자격을 변경하겠다고 출입국 당국에 신청했다. C-1 비자의 최대 체류기간은 90일, F-1 비자 최대 체류 기간은 일반적으로 2년(최장 4년 10개월)이다.
그러나 출입국 당국은 “남성인 A씨는 결혼 이민자의 자녀 양육을 위한 F-1 비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비자 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혼이민자 가족의 무분별한 장기 체류를 막고, 이 비자가 취업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불복한 A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남성인 A씨가 법무부 내규상 ‘만 18세 이상의 4촌 이내 혈족 여성 1명’으로 제한된 비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법무부 내규의 상위법령인 출입국 관리법 시행령에서 성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 비춰 “법무부 내규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이 내규대로라면) 4촌 이내에 여성 혈족이 없는 결혼이민자는 출산ㆍ육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차별적 취급을 정당화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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