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조국사태 반성없이 남 탓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야당 리스크’라며 자유한국당을 작심비판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이후 처음으로 국회 대표연설에 나섰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조국 비호나 경제 파탄에 대해 한마디 반성도 없이 남 탓만 한 최악의 연설”이란 공격이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4대 개혁’과 ‘공존경제를 위한 5대 개혁’을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검찰개혁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검찰 개혁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통해 비대한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민주적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와 관련 “정책과 능력 검증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비공개 사전검증과 공개 정책검증의 두 단계로 나눠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입시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수시비중을 줄이고 정시비중을 확대하겠다. 자립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입시 불공정 문제와 관련해 “공정사회를 기대한 청년들의 상실감에 진정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다만 입시 불공정, 검찰개혁, 인사청문회 개선을 초래한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내부에서 비판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번 연설에서 최소한 유감 표시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없었다”며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은 문제는 외면하고, 개혁 과제만 잔뜩 나열한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 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한국당이) 긴급한 경제 현안을 상임위에 묶어두고 ‘오직 조국’만 외쳤다”며 “오죽하면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국회 리스크’, ‘야당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느냐”고 한국당을 작심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런 ‘야당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긴급한 경제 혈맥 뚫기에 나서왔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이 원내대표의 연설에 크게 반발했다. 이 원내대표가 검찰개혁, 선거제 개혁 등을 언급할 때 한국당 의석에서는 “조국 먼저 수사하라” “남 탓 하지 말라”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원내대표의 현실 인식이 국민들 마음과 동떨어졌다”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국 사수대 노릇을 하며 국민 분열에 앞장선 데 대해 최소한 사과 한마디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덮기 위해 공수처를 앞세우는 바람에 검찰개혁 논의도 뒤죽박죽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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