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적 집행실적 부진 264개 사업에 총예산 1% 편성… 예산 집행률 높여 성장률 높이기 난망

국토교통부의 주차장 환경 개선사업은 주차난이 심한 도심ㆍ주택가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생활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이다. 내년 예산만 해도 올해(608억원)의 네 배가 넘는 2,643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지난해 예산 집행률은 23.7%에 그쳤다. 남은 예산 642억원은 올해로 넘어왔다. 올해도 이월 예산 포함 1,250억원 중 198억원(15.8%)만 집행됐다. 또 수백억원을 내년으로 넘겨야 할 처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차장 부지도 매입하지 않고 △주민 반발 가능성도 따지지 않은 채 사업 계획부터 세우고 예산을 짜니 집행률 부진이 매년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진한 성장률을 끌어올린 최우선 카드로 적극적인 예산 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매년 예산 집행이 더딘 사업들이 다음해 예산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당장 내년에도 총예산의 1%에 육박하는 5조원대 ‘집행실적 부진’ 사업이 잡혀 있다. 애초부터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예산에 잡아 놓고, 집행률 높이기를 독려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연례적 집행실적 부진 사업의 예산안 연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사업 중 5조1,263억원 규모, 264개 사업은 2018년 결산에서 ‘연례적 집행실적 부진 사업’으로 분류됐다.
예정처는 2018년 집행률이 70% 미만이면서, 2015~2018년 4년간 평균 집행률도 70%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을 연례적 집행실적 부진 사업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내년 예산(513조5,000억원)의 1% 가까이가 집행실적 부진 사업인 셈이다.
집행실적 부진 사업은 올해 예산에도 4조5,385억원이 편성됐는데, 9월까지 예산 현액(올해 예산+ 이월 예산) 대비 집행률이 34.6%에 불과하다. 올해 집행률이 50% 미만인 사업(올해 144개ㆍ2조7,347억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예산 현액 대비 집행률은 15.2%로 더 낮아진다. 특히 이 중 63개 사업은 예산 집행률이 극히 낮은데도 내년 예산이 같은 규모로 또 편성했거나, 오히려 예산 규모를 늘렸다.
국방부의 화력장비 사업은 지난해 집행률 52.4%, 올해는 7월까지 10.9%에 그쳤지만 내년 예산안에 올해(209억원)의 두 배 이상인 426억원이 편성됐다. 매년 납품업체가 없거나, 계약 후 납품 포기 사례가 반복되는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방부는 이에 단가 동일화, 표준 구매요구서 작성 등으로 집행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구제역 백신 제조시설 건립 사업은 올해보다 약 188억원 증액된 236억원이 편성됐지만, 아직 설계조차 마무리되지 못해 내년 착공이 힘든 상황이다. 이밖에 중앙부처에서 보조금 형식으로 50% 이상을 집행했지만, 보조금을 받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실제 집행이 부진한 사업도 64개나 됐다. 정부는 9월까지 관련 예산의 82.4%를 지자체 등에 보냈지만 실제 현장에서 집행된 예산은 29.2%에 불과하다.
민성철 예정처 예산분석관은 “집행실적 부진 예산이 계속 다음해 예산에 증액돼 반영되는 건, 그간의 집행 실적을 따져보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는 정말 재정투입이 필요한 다른 사업을 어렵게 하고, 정부가 강조하는 경기부양이나 재정투입 효과도 반감시킨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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