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의원,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엔 “지금 당장 성토할 때인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에 대한 염증을 “좀비한테 물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더 비정상이 되기 전에 정치권을 탈출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의 무기력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지금은 성토보다는 해법을 모색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표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초선의원으로 지낸 지난 3년6개월간의 소회를 “좀비한테 물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손이라도 자르면 물린 독이 거기서 끝이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냥 계속하면 저도 좀비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불출마 선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7월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염증을 깊게 느꼈다고 했다. “국회법상 의사진행발언, 자료제출 요구는 (법사위 등 소위) 위원장을 통해 하도록 돼 있는데 장차관이나 그런 증인을 상대로 호통치고 심문을 한다. 또 법사위의 월권적 기능을 개혁하기로 합의됐는데 법사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 준 다음 개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국회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에 대해 표 의원은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상당히 복수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탄핵 때처럼 우리 정권을 탄핵시켜야만 균형을 잡는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절차적 흠결이든 인사상 불공정이든 이런 것들이 보이면 과거 최순실, 정유라 건을 그대로 대입시켜서 대중을 선동한다”면서 “합리적 대화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 의원에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당이 무기력증에 빠져있다고 성토하면서 당 대표 책임론까지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표 의원은 “지금 당장 지도부를 성토할 때인가”라면서 “문제를 반추하면서 함께 해법을 모색할 때”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개혁, 혁신으로 들어가고 인적 혁신을 가열차게 함으로써 책임을 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표 의원은 불출마 이후에 대해 “그간 여러 가지 상황들 때문에 실망도, 비판의 여지도 있을 테지만 지켜봐 주시면 끝까지 한 사람의 솔직한 삶, 그냥 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앞서 24일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미련 없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 자유인 상태로 돌아가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활동 재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저술, 범죄 관련 강의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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