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오바마 상황실’ 사진 의식했을 가능성
트럼프, 경직된 표정으로 정면 응시… 오바마는 옆자리서 긴박한 순간 지켜봐
이슬람국가(IS)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대한 급습 작전을 지켜보는 백악관 상황실 모습이 담긴 사진은 해당 작전이 한참 진행된 다음에야 촬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때에도 백악관 상황실 현장 사진이 공개돼 큰 화제를 낳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의식해 이번 사진을 사후에 ‘연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전속 사진사로 일했던 피터 소우자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보도된 것처럼, 이번 군사작전은 워싱턴 시간으로 (26일) 오후 3시30분에 이뤄졌다. 그런데 카메라 IPTC 메타데이터의 사진 촬영 시간은 오후 5시5분24초”라고 적었다. 미군의 작전 개시 후 약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찍은 사진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5시쯤 상황실에 모였고, 그 이후 공격이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빈라덴 사살 작전’과 ‘알바그다디 급습 작전’의 백악관 상황실 모습을 각각 담은 두 사진은 여러 측면에서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트럼프 상황실’의 사진을 보면, 정중앙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고, 좌우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배석해 있다. 모두 경직된 표정으로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으며, 넥타이까지 갖춘 정장 또는 군 정복 차림을 하고 있다. 긴박한 작전 순간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이블에 다양한 색상의 인터넷 케이블이 놓여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반면 2011년 5월 촬영된 ‘오바마 상황실’ 사진은 좀 다르다. 피터 소우자가 촬영한 이 사진에는 빈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보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의 긴장된 표정이 생생하게 포착돼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실무 지휘하는 군 참모진에 정중앙 좌석을 내어주고, 본인은 그 옆자리에 앉은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 대부분의 참모진이 간단한 셔츠 차림으로 팔짱을 끼거나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한 것도 눈에 띄었다. 테이블에 일회용 커피잔이 놓인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두 장의 사진은 큰 차이를 보인다”며 “그것은 두 명의 대통령에 대한 모든 걸 말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두 개의 위험한 군사 작전과 백악관의 극적인 순간, 그렇지만 두 장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대통령들의 스타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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