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일원화가 시작된 이후 환경적 측면이나 수질 문제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관할이었던 수량 부분까지도 통합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국민을 위한 물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생태적인 물환경 체계를 만들어 온 국민이 누릴 수 있게 하면 그것이 지속 가능한 물자원 활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학수(60)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임기 중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물관리일원화’를 꼽았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이후 수량ㆍ수질 분리 원칙에 따라 수량은 국토부가 수질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체계로 바뀐 뒤 24년 만인 지난해 다시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통합해 관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 소속이었던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산하로 편입됐다.
그는 “한국환경공단과 중복되던 업무도 큰 방향은 수자원공사가 상수도를, 환경공단이 하수도를 맡는 것으로 조정됐다”며 “관련 법령 개정이 이뤄진 뒤 세부적으로 조정해야 할 부분들도 빠른 시일 내에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수공으로 이원화돼 있던 수력댐 관리를 수공이 전담하는 일원화가 정부 정책으로 결정됐지만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학수 사장은 1987년 수자원공사에 입사한 이후 수자원공사에서만 줄곧 32년간 근무했다. 수자원공사에서 내부 출신이 사장이 된 것은 이 사장이 세 번째로 행정가로서 능력뿐 아니라 인사 등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다. 그 결과 수자원공사는 기획재정부가 128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우수)’을 받았다.
‘물복지’는 이 사장이 임기 내내 강조해왔던 사항이다. 대도시에 비해 소도시가, 도시 지역에 비해 농어촌 지역이 받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도요금의 경우 같은 경기도 안에서도 이천과 가평의 수도요금은 성남보다 3배 비싸고 평택, 과천, 화성도 2배 수준이다. 이 사장은 “아직도 제대로 된 물 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는 인구가 170만명에 이르고 수도요금 차이도 3배 이상 나는 곳이 있을 만큼 편차가 심하다”며 “물관리일원화를 계기로 기관별로 나눠져 있던 예산과 역량을 통합해 전국민이 고르게 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을 상품으로 보면 수자원공사는 도매업자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수자원공사에서 받은 물을 가정과 사업장에 공급하는 소매업자로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수도요금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지방상수도를 통합해서 운영하게 되면 이 같은 편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환경부 정책의 집행 기관으로서 4대강 보(洑)로 인한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그는 “자연성 회복 차원에서 접근하는 한편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접근하면 이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 사장이 관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분야다. 수자원공사는 수열에너지 활용과 수상태양광 발전으로 온실가스 배출 없는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이 사장은 “댐에서 수심 10m 정도에 있는 물은 연중 온도 변화가 거의 없어서 여기서 생기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을 할 수 있다”며 “실제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도 이를 이용해 냉난방에 쓰이는 전기를 줄여 연간 3억원을 절감한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수상태양광은 합천ㆍ보령ㆍ충주댐에서 설치해 관찰했는데 수질과 생태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수자원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자원으로 수열에너지와 수상태양광을 활용하면 약 3.3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원전 3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재임 기간 수자원공사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역량을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파키스탄 수력발전, 필리핀 수력발전ㆍ상수도, 조지아 수력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등 해외에서 총 2조7,852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물 기업보다 역사는 짧아도 저비용 고효율 기술이라는 장점이 있어서 해외 진출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인천 ‘붉은수돗물’ 사태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도 수자원공사의 힘이 필요하다. 그는 “물관리일원화가 이뤄지기 전까진 노후화한 시설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데이터로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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