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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근에서 ‘평화의 소녀상’ 3년 만에 보금자리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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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근에서 ‘평화의 소녀상’ 3년 만에 보금자리 찾아

입력
2019.10.28 08:26
수정
2019.10.28 20:5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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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버지니아주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에서 제막식

한인 건물주가 장소 제공… 추진위 “워싱턴DC 내 건립도 계속 추진”

27일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소녀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손을 흔들고 있다
27일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소녀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3년간 창고에 보관돼 왔던 ‘평화의 소녀상’이 워싱턴 인근 한인타운에서 보금자리를 찾아 모습을 드러냈다. 미주 지역에서 다섯 번째 소녀상이 세워진 것으로 지역 한인들의 협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공동대표 이정실ㆍ조현숙)는 27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의 한 건물 앞뜰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재수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회장은 기념사에서 “우리가 해냈다. 더 이상 이 일을 잊지 맙시다”라며 소녀상 건립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정실 공동대표는 소녀상에 대해 “폭력과 전쟁 없는 평화를 향한 지속적인 운동을 기리고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기 위한 영구 조형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한국에서 온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3)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을 비롯해 버지니아 주정부 관계자와 주의원, 교민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제막식에 앞서 만세를 부르며 기쁨을 표현했으며 소녀상이 공개되자 꽃목걸이를 직접 걸어줬다. 추진위는 “소녀상이 3년 만에 자기 집을 찾았다”며 “일본에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상징물이자 평화와 인권,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녀상은 가로 200㎝, 세로 160㎝, 높이 123㎝로 서울의 옛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크기다. 이 소녀상은 2016년 제작돼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왔지만 부지를 물색하지 못해 3년 가까이 창고에 보관됐다. 추진위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광복절 때 소녀상을 가지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그 뉴스를 보고 한인 건물주가 선뜻 ‘우리 건물 앞에 세웠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미주한국일보, 한인 관광회사 등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추진위는 “워싱턴DC 내 소녀상 건립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소녀상과 별도로 워싱턴DC 내 설립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대학 내에 세우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고 개인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교민 제안도 있었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소녀상 옆 빌딩에 ‘기억공간’을 마련해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기부와 기념품 판매 수익 등을 통해 소녀상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추진위에는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회장 이정실)와 워싱턴희망나비(대표 조현숙),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회장 이재수) 등이 참여했다.

워싱턴= 글ㆍ사진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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