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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갈리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반복 관람” VS “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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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갈리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반복 관람” VS “불매”

입력
2019.10.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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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 몰릴수록 성 대결 심화 “타인 이해 감수성 개발해야”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응원하고 싶어요. 심야시간 ‘영혼 보내기’ 예매했습니다.” (im****)

“이성혐오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영화가 무슨 문화적 가치가 있나요?”(ki****)

조남주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성 대결이 펼쳐졌다. 남성 혐오를 부르는 페미니즘 영화라며 불매해야 한다는 일부 남성 누리꾼과 영화표를 반복적으로 예매하는 소위 ‘영혼 보내기’ 등으로 지지를 보내는 여성 누리꾼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7일 오후 3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5일 만인 27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속도를 유지한다면 다음주까지 손익분기점인 150만~16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둘수록 온라인에서는 젠더 이슈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평점 페이지에는 성별로 평점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성 누리꾼은 영화에 9.5점을 줬지만, 남성 누리꾼은 2.23점을 부여했다.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영화 속 기억나는 명대사를 남기는 페이지에 “하루 종일 TV보다가 애 데리러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아몰랑” 등 영화를 조롱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성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영혼 보내기’ ‘N차 관람’ 등을 독려하며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영혼 보내기’는 심야나 조조 시간대 좌석을 사서 직접 관람을 하지는 않고 ‘영혼’만 대신 보내는 지지 운동이다. ‘N차 관람’은 같은 영화를 수 차례 반복 관람하는 것을 말한다. 한 여성 누리꾼(me****)은 “’김지영’은 엄마, 언니, 회사 동료 등 우리 주변 모두가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들이 한 데 모여 하나의 서사가 된 것”이라며 “그래서 전 세대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 누리꾼들은 불매 움직임을 보이며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한 남성 누리꾼은 “1980년대 여성들은 옛날 엄마 세대들과 달리 온갖 혜택을 다 받았으면서 마치 그 세대들의 고충을 본인들이 겪은 것마냥 포장하느냐”고 꼬집었다.

성대결 현상에 대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18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굉장히 대중적인 영상 콘텐츠로 전파력이 더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남성들의 공격 현상이 일어났다라고 할 수 있겠다"며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여성들 측에서는 ‘영화를 보는 것이 일종의 작은 여성주의적인 실천이다’라고 하는 의식화로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를 성대결의 논점으로만 비춰볼 것이 아니라 영화가 가진 서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16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영화에 대해 공격을 하거나, 책을 읽은 여성 연예인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사회가) 타인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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