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의원 자녀 입시 결과 발표 “부모 특혜 찬스 전무… 정의당은 정시黨”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7일 ‘자녀 대학입시 문제’를 내년 총선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자녀 입시 비리가 있는 인사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고,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면 공천권을 박탈할 계획이다. ‘입시 개혁을 선도하는 정당’이란 모습을 부각시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받은 비판을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1대 총선에서 입시ㆍ취업 관련 부당한 특혜를 누린 인사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며 “저희가 선도하면 다른 당도 이 기준을 공천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당 소속 국회의원 6명에 대한 자체 자녀 입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녀가 있는 의원 5명 중 2009~2019년에 대학에 진학한 자녀 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심 대표는 “7명 중 6명은 정시로 입학했고 한 명은 내신으로 입학해 정의당 의원 자녀 전원은 부모 특혜 찬스를 쓴 게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야 모든 정당이 국회의원 자녀 입시 현황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 저희 당은 ‘정시당’으로 드러났다”는 농담도 했다.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건 국회의원ㆍ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전수조사 특별법안 처리를 위한 ‘압박용 카드’로 해석된다. 조사 범위를 두고 여야 간 이견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총대를 멘 셈이다. 동시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로 ‘정의당만의 색깔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 개혁으로 민심을 다독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심 대표는 “조국 정국은 정치권의 큰 과제를 던졌다. 국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과 정의란 점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대입 제도 개선책으로 내놓은 ‘정시 비중 확대’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정시가 21세기 교육과 맞지 않고, 자칫 강남 특권 교육의 ‘회전문 개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심 대표는 “내가 그동안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며 조국 정국에서 쏟아졌던 비난 여론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힘든 시간을 가졌던 만큼 심기일전해 정의당만의 색깔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정의당은 특권정치를 교체하고 사회 대개혁의 닻을 올려 나가겠다. 조국 정국에서 가려진 우리 사회의 수 많은 김용균과 설리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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