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2주 넘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지 않은 양돈농가와 달리, 야생 멧돼지에서는 돼지열병이 근절되지 않자 경기 파주에서 강원 고성까지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멧돼지 총기포획 허용 지역도 확대된다. 특히 겨울철엔 바이러스를 지닌 멧돼지 사체 부패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돼 신속한 폐사체 처리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7일 야생 멧돼지 돼지열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경기 파주시부터 강원 고성군까지 290㎞ 구간을 동서로 횡단하는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파주ㆍ연천 △철원 동부 △철원 서부 등 3개 권역 200㎞ 구간에 하천, 도로 등을 제외한 100㎞ 길이의 울타리를 다음달 중순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이후 강원 동북부(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 권역까지 울타리를 연장한다.
또 그 동안 멧돼지 이동을 자극할까 우려해 총기 포획을 금지해온 경기 양주시 등 5개 시군에서 28일부터 남에서 북으로 몰아가는 방식의 총기 포획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은 최근 돼지열병이 집돼지가 아닌 멧돼지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어서다. 양돈농장에서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지난 9일 14번째 농장이 마지막이었다. 반면 야생 멧돼지는 25일 확인된 강원 철원군 원남면 민통선 내 폐사체를 포함해 총 15마리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농장의 경우 발생 지역 내 집돼지를 몽땅 수매하거나 살처분하는 선제적 조치로 바이러스의 추가확산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멧돼지로 인한 추가 감염 위험은 여전한 상태다.
폐사체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한 것은 감염된 폐사체를 다른 야생동물이 먹어 추가 감염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감염 멧돼지 폐사체 일부는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확인됐지만, 일부는 사체 곳곳에 구더기와 파리가 득실거릴 정도로 부패한 뒤에야 발견됐다. 지난 21일 강원 철원군 원남면 폐사체는 야생동물이 먹은 흔적이 있었고,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가 너무 심해 시료 채취 및 정밀검사가 불가능했던 사례 중 돼지열병 감염 개체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폐사체가 오랜 기간 자연에 노출될 위험도 커졌다. 지난 8월 네이처지 논문에 따르면 여름과 가을에 멧돼지 폐사체가 백골화되는 데 평균 8일이 걸린 반면, 겨울과 봄에는 평균 37일이 소요됐다.
이 논문은 또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문서를 인용해 “보통 사체의 극소수(10% 미만)만이 발견된다”면서 완전한 폐사체 수색이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 직원, 국립환경과학원 등 인력 90명을 투입해 발생 지역 내 멧돼지 폐사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군부대에서도 작전 수행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수색을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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