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ㆍ하이트진로)이 한국 무대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했다. 그는 “스무살에 프로 선수가 되면서 빚을 갚는 데만 주력했다”며 그간 가슴에 묻어뒀던 얘길 꺼내며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27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ㆍ6,726야드)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BMW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공동 9위에 올라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2위 이정은(23ㆍ대방건설)이 남은 3개 대회를 전부 우승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240점을 쌓으면서다.
한국 선수가 LPGA투어 올해의 선수를 받은 건 2013년 박인비(31ㆍKB금융그룹)와 재작년 공동수상한 박성현(26ㆍ솔레어), 유소연(28ㆍ메디힐)에 이은 4번째다. 이날 고진영은 “고국에서 열린 대회를 통해, 많은 팬의 응원 속에서 큰 상을 확정 지어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그리곤 힘들었던 20대 초반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고진영은 “스무살 때 프로가 됐을 때 부모님께서 진 빚이 많았다”며 “내가 갚아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5승, 6승 할 때까지도 빚이 없어지지 않으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은 한국에서 뛸 때 한 번도 1인자였던 적이 없었다. 그는 “신인 땐 백규정(24ㆍSK네트웍스), 2년차 땐 전인지(25ㆍKB금융그룹), 3년차 때는 박성현에 밀렸다”고 웃던 그는 “하지만 빚을 갚는 데만 주력하면서 (주목 받지 못한 걸)아쉬워할 틈이 없었다”며 “그런 상황이 나를 더 강하게 단련시켰다”고 했다.
부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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