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상태 정경심 두번째 조사… 단순 뇌물죄는 청탁 없어도 성립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에서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가 막바지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코스닥 상장기업 더블유에프엠(WFM)의 주식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해 차명으로 보유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를 상대로 차명 보유 과정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조 전 장관이 사전에 인지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부정한 청탁이나 구체적 현안이 없다 해도 뇌물죄를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27일 오전 10시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정 교수를 불러 조사했다. 정 교수가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5일 이후 두 번째다. 검찰은 정 교수가 지난해 1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주주인 2차전지 기업 WFM의 주식 12만주를 제3자 명의로 차명 매입할 때 조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바지 수사의 쟁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정 교수가 WFM 주식을 시세보다 값 싸게 사들인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다. 정 교수는 주식을 매입할 때 시세보다 2,000원가량 저렴한 주당 5,000원(총 6억원)에 사들여 2억 4,000여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봤다. 특히 정 교수가 주식을 매입할 당시 조 장관의 계좌에서 주식 매입 대금으로 보이는 수천만원의 돈이 정 교수 계좌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였던 조 전 장관이 주식 거래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면, 정 교수에게 적용된 뇌물죄의 공범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에게도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이체된 돈의 성격이 주식 매입용이며, 나아가 부인 정 교수가 이를 통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인지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이 사전에 정 교수의 주식 거래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뇌물죄의 요건인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정수석의 업무 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또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단순 뇌물죄의 경우 구체적인 개별 직무행위와 금품의 대가적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뇌물죄는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뇌물성 성립에는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청탁 관계를 밝힐 필요가 없더라도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간의 사전 공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수사가 될 전망이다. 실제 조 전 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수 차례 사모펀드 투자 과정을 전혀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간의 통화 녹취록이나 주고 받은 휴대폰 메시지 등 직접적 물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WFM 주식을 싸게 산 행위가 뇌물수수가 아니라면, 정 교수 측은 주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래하는 게 가능했던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한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나 정 교수 측은 주식을 산 적이 없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WFM 쪽에서 주식을 왜 값 싸게 처분했는지, 민정수석에게 어떤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닌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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