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결과를 1%도 의심하지 않는다.”
단언했다. 재판 결과에 대한 100% 예단은 위험한 자신감으로 보였지만 그에게선 한치의 망설임도 찾아보긴 어려웠다. 세간의 뜨거운 감자인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46)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불법성까지 합쳐졌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27일 본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 사건 진범은 100% 이춘재”라며 다시 한번 윤씨의 무죄를 확신했다.
경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이 재심 재판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난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당시 범인으로 처벌받은 윤모(52)씨가 재심청구 채비에 나서면서다. 박 변호사는 1999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과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을 무죄로 이끌면서 재심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윤씨의 재심청구가 임박해지면서 재심과 더불어 승소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재심을 청구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박 변호사는 “경찰수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이춘재의 8차사건 자백은 범인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겼고, 경찰수사의 불법성까지 드러나 이 모든 게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며 법원이 재심청구를 받아들여줄 것을 장담했다.
이춘재를 재심 재판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 변호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춘재의 이야기를 모두가 들어야 한다”며 “법원은 그를 법정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경찰의 화성 8차사건 수사에 대해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위해 폭행과 가혹행위는 물론 수사자료 조작과 왜곡, 불법 체포, 직권남용까지 많은 불법이 발견됐다”며 “공소시효가 모두 끝났지만, 경찰권 남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재심의 의미를 부여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당시 경찰 수사의 불법성 등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재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이경우 변호사는 “당시 경찰들이 윤씨 수사에 대한 불법성 등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 무죄를 100%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한편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처벌 받은 윤씨는 26일 오후 1시30분부터 12시간 동안 지속된 참고인 신분의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씨는 취재진에게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며 “이춘재 자백이 없었으면 내 사건 묻혔을 것”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춘재가 지금이라도 자백을 해줘서 고맙다”고 감사도 표시했다.
경찰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윤씨는 “과거 경찰 수사 받을 당시 몇 차례 구타당했고 고문은 3일 동안 당했으며 그러는 동안 잠은 못 잤다”고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윤씨는 8차 사건 1심 때부터 경찰의 폭행과 가혹행위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무죄를 주장해왔다.
경찰은 이날 윤씨를 상대로 과거 경찰 조사 당시 강압이나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실제로 허위자백을 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당시 윤씨를 조사한 경찰관들은 현재까지 윤씨에 대한 강압수사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씨가 처벌받은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당시 22살이던 윤씨를 범인으로 붙잡아 강간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이후 윤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 받아 19년을 복역한 끝에 2009년 가석방됐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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