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끝없는 계파 싸움만”… ‘식물 최고위’ 孫 리더십 설상가상
문병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27일 “손학규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의 희망이 없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손 대표가 올 5월 당권파 입지 강화를 위해 지명한 문 최고위원이 탈당 카드로 손 대표 퇴진을 압박하면서 ‘손학규 리더십’은 설상가상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문 최고위원은 이날 탈당 선언문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통합하지 못하고 끝없는 계파 싸움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갈등과 대립만 하면서 개혁에 실패했다”며 “당은 작은 기득권에만 집착해 자강하지도 못했고 원칙과 기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유능한 수권정당이 되지 못했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손 대표를 겨냥한 작심 비판을 내놓았다. 문 최고위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 뒤 “한국 정치를 바꿀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손 대표는 당권 지키기에만 열중한 채 제3지대 판짜기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문 최고위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당의 변화를 위해 손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 대화로는 통하질 않으니 탈당으로 손 대표를 압박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의 탈당선언은 손 대표 중심의 당권파 최고위원회가 의결권을 상실한 채 ‘식물 최고위’로 전락하는데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로써 최고위에서 당권파는 손 대표와 채이배 정책위원장, 주승용 최고위원 등 3인만 남게 돼 최고위 구성상 의결 정족수(4명)에 못 미치는 상황이 됐다. 설령 손 대표가 문 최고위원 후임자를 임명해도 의결 정족수 역시 5명으로 늘어나 상황은 달라질 게 없다. ‘통합파’를 자처하는 문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난달 당 윤리위원회를 통해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최고위원에게 직무정지 징계를 내리며 유승민계와 분열을 가속화했다는 데 실망감을 표했다. 이런 명분으로 한 달 가량 최고위에 불참해왔다. 이에 참다 못한 손 대표가 21일 문 최고위원을 향해 “이제는 어느 쪽에 설 것인지 결단을 내려달라”며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문 최고위원은 탈당 후 내년 총선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제3지대 결집을 위한 활동에 매진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형준 교수, 유성엽 대안신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제3지대에 관심 많은 정치권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바라는 제3신당 창당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의 동참이 없는 상태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는 참여할 뜻은 없다고도 했다.
문 최고위원의 탈당선언과 관련해 임재훈 사무총장은 “다음주 수요일쯤에는 후임 최고위원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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