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공동정범’ 무죄 판례… 법조계 “교사죄로 기소된 이번 상황과 달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 측은 영장실질 심사에서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오병윤 사건’을 방패로 내세워 무죄를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의 무죄근거로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 측은 23일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오병윤 전 민주노동당 의원 사건을 제시하며 “정 교수 범죄사실이 오 전 의원 사건과 동일하고, 이 판례에 따르면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이 방패로 내세운 사건은 2010년 경찰이 민노당 홈페이지와 투표시스템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자 오 전 의원이 부하직원 A씨를 시켜 당원 정보가 든 하드디스크 반출을 반출시킨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검찰은 오 전 의원이 증거은닉을 교사했을뿐 아니라 실행에까지 가담했다고 보고 오 전 의원과 A씨를 공동정범(共同正犯)으로 기소했다.
법원에서 A씨는 타인의 증거를 은닉한 죄가 인정돼 유죄가 확정됐지만, 오 전 의원은 달랐다. 1심 무죄, 2심 유죄로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했다면 증거은닉에 해당하지 않고, 제3자와 공동해서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2월 확정됐다.
정 교수 측은 오 전 의원과 자신들 경우가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모씨와 함께 동양대에서 자신의 컴퓨터를 반출했기 때문에, 정 교수의 경우는 오 전 의원처럼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공동정범(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 주범이 됨)으로 기소됐던 오 전 의원과 달리 정 교수는 교사죄로만 기소됐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아마 검찰에서도 오 전 의원 사건 선례가 있어서 공동정범으로는 기소하지 않은 것 같다”며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해당 사건을 제시하며 공동정범이라 주장한다 해도 그 부분은 기소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장이 반드시 판단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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