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들이 지난 3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내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 불경기의 암초가 널려 있어 당장 4분기 이후부터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3분기 9,8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3분기에 거둔 역대 최고 실적으로 신한은 업계 수익 1위 자리도 지켰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1~9월) 순이익도 2조8,96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다.
하나금융은 일회성 요인(서울 명동사옥 매각이익 약 3,200억원) 덕분에 3분기 순이익이 8,360억원을 기록하며, 2005년 12월 지주사 설립 이래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2조404억원)도 지주사 설립 이래 가장 많았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4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9,100억원 안팎)를 웃돌았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7,7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으나 역대 2번째로 많았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2분기 연속 순이익 7,000억원대를 기록하며 그룹 실적을 이끌었다. 우리금융은 29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그룹들은 오히려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이례적인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분기 순이자마진을 보면 신한은행(1.53%)이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고, KEB하나은행(1.47%)은 0.07%포인트, KB국민은행(1.67%)도 0.03%포인트 각각 내렸다. 통상 전분기 대비 0.01∼0.03%포인트 사이 변화를 보였는데, 3분기 낙폭은 큰 편이다. 게다가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여ㆍ수신 금리 하향 조정이 유력하고, 향후 경기상황을 고려하면 시장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어 4분기와 내년에도 순이자마진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요 금융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실적 발표 후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하락할 때 (순이자마진이) 약 3bp 하락 효과가 있는데, 10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내년까지 마진 하락 압박이 계속될 것”(류승헌 신한금융 부사장), “순이자마진이 연간 기준으로 1∼3bp(0.01∼0.03%포인트), 내년에는 4∼9bp(0.04∼0.09%포인트) 하락할 것”(김기환 KB금융 부사장)이라고 우려했다.
대출자산을 늘려 이자이익을 높이는 방법도 여의치 않다. 가계대출은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시 가중치가 붙어 적극 늘리기 어렵고, 기업대출은 투자심리가 위축돼 쉽지 않아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사들이 비이자이익이나 비은행 부문의 수익 확대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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