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최장수 총리’ 기록 세워… 연말쯤 거취 결정할 듯
이낙연(67) 국무총리가 28일 ‘재임 2년4개월27일’을 맞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12월 정기국회 마무리 시점과 맞물려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권내 쇄신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이 총리 역할론’은 갈수록 힘을 받는 분위기다.
총리실에 따르면 2017년 5월 31일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는 28일 재임 881일을 맞는다. ‘87년 민주화’ 이후로 직전 최장수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전 총리(880일ㆍ2010년 10월1일~2013년 2월26일)였다.
이 총리는 7월 방글라데시 방문 당시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정체성을 국회의원으로 규정한 듯한 발언에 ‘총선 등판론’이 크게 부각됐다. 비공식 자리에서도 총리직을 내려놓길 바란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자리를 지키는 이 총리 활용법에 대한 당·청의 고민이 깊어지며, 그 시기가 늦어진 모양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며 개각 논의 시점을 놓쳤고, 고위공직자 자격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차기 총리 인선에도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24일 기자들과 만난 이 총리는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저도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조율된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12월이면 전격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시나리오다. 문재인 대통령도 25일 “지금 법무부 장관 외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현재로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 자격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이 총리가 보여준 국정운영 안정감은 역대 총리들과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국회 대정부질문 때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나 현안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으로 국민적 호감도 상당해졌다. 문 대통령이 ‘투톱외교’를 강조하며 외교적으로도 부각될 기회도 다수 있었다.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차기 주자로 거론되던 여권 인사들의 정치적 생명력이 끊겼거나 위기에 처했다는 점도 이 총리에겐 기회요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언사나 정무적 감각은 이미 검증 받았다고 볼 수 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당내 신뢰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듯하다. 동시에 막상 당에 복귀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세력을 불릴 것이란 분석도 심심찮게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조국 정국에도 이해찬 대표 책임론이 세게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대안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총리가 ‘자유의 몸’이 되면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내구도 재편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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