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는 2025년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입시 위주 교육과 사교육 의존 심화 등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고교 교육 개혁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약속이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정부의 의지부터가 의심스럽다. 당초 자사고 문제에 법령을 통한 일괄 전환 공약을 내걸었던 정부는 출범 후 각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한 전환 방식으로 후퇴했다. 교육청 평가 인증이 자사고의 반발로 법적 소송으로 불거져 논란이 커지는데도 교육부는 법령 개정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랬던 정부가 ‘조국 사태’로 입시 공정성 문제가 커지자 다시 원래의 방침으로 선회했다. 교육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의도에 따라 오락가락한 결정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일괄 전환 시기도 정권이 바뀐 뒤의 일이니 당장 위기만 모면하자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사고 등의 일괄 전환은 법령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자사고와 외고 등이 사라져도 일반고에서 그만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무리 없이 시행될 수 있다. 일반고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인 것이다. 자사고 등 전환 시기를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과 연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도록 하자는 취지의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교사 충원 등의 물리적 조건뿐 아니라 내신 절대평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절대평가는 점수 부풀리기와 대학의 전형 방식 제한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결국 자사고 전환과 절대평가 실시, 대입제도 개편이 긴밀히 연계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정부가 제대로 대비를 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정부가 자사고 등 전환의 약속을 지키려면 이런 난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문제점을 예견하고 대안을 세워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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