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스포츠 시대 학교체육부터 시작을’ <1> 학교 스포츠클럽
파주고 액션 치어리딩 ‘이그니스’ “건강은 물론 생활도 적극적 변해”
지난 21일 경기 파주시 파주고 강당. 점심 식사 후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재잘대던 학생들은 안무 음악이 흘러나오자 곧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힘찬 율동이 시작됐고, 강당의 열기도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학교 스포츠클럽의 한 모임인 액션 치어리딩팀 ‘이그니스’ 회원들이다. 김예담(17ㆍ2년) 단장을 필두로, 1학년 5명, 2학년 11명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라틴어로 ‘불꽃’이란 뜻의 팀 ‘이그니스’는 올해 파주 학교스포츠클럽대회 1위, 푸른청소년문화제 2위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학생들의 당당한 표정에서 읽히는 자부심의 이유다.
청소년기 스포츠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신체 능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협동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 개인 인내심 등 향후 사회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우리나라 학교 체육 수업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비만율은 2007년 11.6%에서 2012년 14.7%. 2017년 17.3%로 매년 증가 추세다. 문제는 청소년기 체육 활동이 성인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전국민의 건강을 위한 ‘1인 1스포츠 시대’를 열기 위해선 체육 시간뿐만 아니라, 방과후 활동과 자투리 시간을 통해서라도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그니스는 학교 스포츠클럽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1주일에 2~3번씩 하루 2~3시간, 대회나 외부 공연을 앞두면 매일 4시간씩 맹훈련 한다. ‘치어리딩이 운동이 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무슨 소리냐. 이 정도로 땀나고 힘든 스포츠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1회 공연에 5~6분가량 무대에서 쉴새 없이 뛰어야 하는데 이런 활동량의 스포츠가 흔치 않다는 게 이그니스의 설명이다. 김예담 양은 “1,500m를 전력 질주하는 정도로 힘들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만 자던가, 지각과 무단조퇴가 다반사였는데 치어리딩을 하면서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많이 밝아졌다. 김효은(17ㆍ2년) 양은 “예전엔 중국집에서 단무지 더 달라는 말을 못 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많이 탔는데 확 달라졌다”며 웃었다. 프로그램 구성에 이견이 생기면 둘러앉아 ‘끝장 토론’을 통해 타협안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물론 학교 수업이 먼저라는 게 이그니스의 원칙이다. 김소연 지도교사는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으면 스포츠클럽에 참여할 수 없다. 치어리딩을 하고 싶어서라도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회원도 있다”고 말했다.
파주고에는 이그니스 외에 농구 스포츠클럽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7만4,000여개의 학교 스포츠클럽이 운영 중”이라며 “전체 학생의 60% 정도가 활동(연간 17시간 이상)하고 있는데, 단순 참여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내실화를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진행된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도 올해는 26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16개 시ㆍ도에서 분산 개최된다. 23개 종목에 걸쳐 초중고교 1,400여개 팀 1만9,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해 열전을 벌인다.
이그니스 회원들은 스포츠클럽을 통해 학교생활이 행복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예담 양은 “대회나 공연 후엔 선생님들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아, 어깨가 으쓱해진다”면서 “우리가 치어리딩을 통해 파주고를 빛낸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감으로 무장한 우리들의 모습이 좋다”며 웃었다.
파주=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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