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승자와 패자는 나뉘었지만 ‘지략 대결’을 펼친 양 팀 수장 김태형(52) 두산 감독과 장정석(46) 키움 감독은 모두 구단과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부임 후 두산을 5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김 감독은 역대 최고 대우를 기대해볼 수 있다. 2016시즌 후 재계약 당시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ㆍ연봉 5억원)으로 두산 구단 사상 최고 대우를 받았던 김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 다시 우승을 맛 봤다. 현재 KBO리그 감독 계약 최고액은 염경엽 감독이 2018년 SK와 사인한 3년 총액 25억원(계약금 4억원ㆍ연봉 7억원)이다.
김 감독은 특유의 선 굵은 야구로 두산의 ‘뚝심’을 살렸다. 또 선수들에게 때로는 무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풀어줄 줄도 아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한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김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을 안 한다거나 경기 중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면서 “선수들이 부진할 때는 기다리며 계속 기회를 주고, 개인 기록 등도 세심하게 챙겨주기 때문에 선수들도 김 감독을 잘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 도중 투수 리드를 자신 있게 하지 못한 주전 포수 박세혁을 문책성으로 교체했다. “확신을 갖고 리드를 해라”는 김 감독의 주문에 박세혁은 3차전에 영봉승을 이끌며 달라졌다. 이외에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극도로 부진한 오재일, 박건우를 올해도 중용해 1, 2차전 끝내기 승리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부임 3년째인 장정석 키움 감독은 포스트시즌 기간 신들린 투수 운용으로 팀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놨다.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구단 운영팀장 출신으로 코치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은 장 감독은 ‘데이터 야구’로 가을 야구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SK와 플레이오프 당시 데이터에 기반한 불펜 투수들을 총 가동하며 염 감독과 벤치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장 감독은 “운이 좋았다. 내가 신도 아니고 점쟁이도 아니다”라며 “단지 기록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준 건데, 그 선수들이 잘해 준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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