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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동물 이슈] SUV에 개 끌고 다닌 '폭력 전과자'에게 내린 법원의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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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동물 이슈] SUV에 개 끌고 다닌 '폭력 전과자'에게 내린 법원의 판결은

입력
2019.10.26 11:00
수정
2019.10.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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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A씨가 제주시 애조로에서 SUV차량에 개 두 마리를 끌고 달리는 모습. 제주동물친구들 페이스북
지난해 10월, A씨가 제주시 애조로에서 SUV차량에 개 두 마리를 끌고 달리는 모습. 제주동물친구들 페이스북

1. 동물 학대범을 향한 잇따른 ‘법의 심판’

동물 학대범을 향한 법원의 단호한 판결이 연이어 내려진 한주였습니다.

22일 제주지방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53)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10월26일 제주시 애조로에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개 두 마리를 매단 채 끌고 간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찍어 올렸고,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이 다음날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차량번호 조회를 통해 소환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를 훈련시키기 위해 차에 매달았다”라며 학대 의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속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한 개들이 바닥에 넘어졌음에도 A씨는 300m가량을 더 달려 개들은 바닥에 끌려다녀야 했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SUV 차량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보니 제보 사진이 찍힌 지점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개의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A씨는 “운전 중 실수로 급격히 속도가 올라갔다”라면서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의 진술에 의하면 개들은 목줄을 풀어주자마자 달아났는데,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법원은 학대할 의도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주지법은 “피고인의 행위로 개들이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폭력 전과로 복역한 후 누범 기간 중 다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의 설명처럼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외에도 탑승 중 흡연을 제지하는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 혈중알코올농도 0.158%의 만취 상태에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김모 씨는 2017년 12월, 지난해 5월에 연이어 반려견을 굶겨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Tony alter 플리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김모 씨는 2017년 12월, 지난해 5월에 연이어 반려견을 굶겨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Tony alter 플리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23일에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63) 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김씨는 2017년 12월 자신의 가게에서 키우던 닥스훈트 품종 반려견 1마리에게 물과 사료를 주지 않아 숨지게 했으며, 지난해 5월에도 집에서 키우는 다른 반려견 3마리도 같은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씨의 행동은 ‘소유자 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 · 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된 동물보호법 7조 1항을 위반한 행동입니다.

김씨 측은 재판에서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김씨 측은 닥스훈트 품종 반려견이 죽게 된 원인은 가게에서 키우던 개들이 서열 싸움을 하다 죽은 것이며 다른 3마리에 대해서는 물과 사료를 정상적으로 급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반려견들이 심한 탈수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수의사의 진단서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닥스훈트 품종 반려견의 사체에 외상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김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여긴 근거입니다. 법원은 판결을 내리면서 “누구든 동물에 대해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으면서 죽음에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잔반사료 왜 안 되나” 농민 시위 현장에 동원된 돼지들

ASF 방역조치로 잔반 사료가 금지돼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 잔반급여 양돈 농민들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집회 도중 돼지들을 몰고 있다. 연합뉴스
ASF 방역조치로 잔반 사료가 금지돼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 잔반급여 양돈 농민들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집회 도중 돼지들을 몰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잔반사료 급여 금지 조치’에 반발하는 농민들이 키우던 돼지를 끌고 시위에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21일 전국음식물사료협회 소속 돼지농가 농민들이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돼지농가 잔반급여 금지 반대’를 주장하며 농식품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ASF 바이러스와 잔반사료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진 게 없음에도 정부가 보상책도 없이 잔반사료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한 농민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폐업 상태인 농민도 있고,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분신 직전에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와 잔반사료 사이에는 연관성이 밝혀진 게 없다’는 이들의 주장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축산컨설팅업체 ‘한별팜텍’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김동욱 수의사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 수의사는 “잔반을 적절하게 가열해서 처리했다면 바이러스가 사멸될 수도 있지만, 일일이 그렇게 처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김 수의사는 “더군다나 ASF는 한번 퍼지면 치사율이 100%인 위험한 질병”이라면서 1%의 가능성이라도 차단해야 하는 게 방역당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식품안전국(EFSA)이 2008~2012년 유럽 지역에서 발생한 284건의 ASF 원인을 분석한 결과 ‘돼지 이동에 의한 감염’(38.0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잔반 사료에 의한 감염’(35.21%)이 꼽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농민들이 시위 현장에 사육하는 돼지를 끌고 나온 점도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회 도중 갑자기 화물차로 가 돼지를 풀어놓았습니다. 당시 시위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는 농민들이 돼지를 화물차 위에서 집어던지는 모습까지 보여 더 큰 논란이 됐습니다. 농민들은 돼지를 몰고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영상이 전해진 뒤 ‘아무 잘못 없는 돼지를 마구 집어던지며 시위에 동원한 것은 학대 아니냐’는 누리꾼들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 소속 김슬기 변호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위에 동물을 동원하는 행위는 동물의 생존이나 복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행위”라면서 “이 사건과 같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돼지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잔반 급여 양돈인들이 몰고 온 돼지들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을 돌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잔반 급여 양돈인들이 몰고 온 돼지들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을 돌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인간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시위에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동물을 시위에 동원하는 행동 자체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이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나쁜 풍조”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 시위에 동원된 돼지들이 ‘농장동물’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농장동물은 환경의 변화 폭이 크지 않은 동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어느 동물이나 갑자기 사람이 많은 장소에 놓여 소음이나 신체 접촉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과 소음에 둘러싸인 농장동물들의 스트레스는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위에 눈길 끌기 용도로 동물을 동원하는 일은 지양해야 하고, 법으로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3. 벨루가 돌연 폐사한 아쿠아리움 “남은 벨루가, 바다로 보내겠다”

롯데월드 측이 지난 17일 아쿠아리움에서 발생한 벨루가 폐사 사건을 계기로 남은 벨루가 한 마리도 자연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핫핑크돌핀스 페이스북
롯데월드 측이 지난 17일 아쿠아리움에서 발생한 벨루가 폐사 사건을 계기로 남은 벨루가 한 마리도 자연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핫핑크돌핀스 페이스북

최근 아쿠아리움 안에서 폐사한 벨루가의 원인 규명에 착수한 롯데월드 측이 남은 벨루가 한 마리를 바다로 자연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17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살던 12살 수컷 벨루가 ‘벨리’가 돌연 폐사했습니다. 벨리는 2013년 러시아에서 국내로 반입된 뒤 2014년 10월부터 해당 아쿠아리움에서 사육되고 있었습니다. 벨루가가 폐사한 것은 2016년 4월 이후 두 번째입니다. 당시 롯데월드 측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더 이상 고래류를 추가로 반입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돌고래가 추가로 폐사한 사실이 알려진 뒤 동물보호단체들은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사건 다음 날인 18일, 벨리와 함께 살고 있던 8살 암컷 벨루가 ‘벨라’마저 폐사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바다로 돌려보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롯데월드 측은 24일 이 주장을 받아들여 벨라를 자연으로 되돌려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벨리의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부검을 진행한 롯데월드 측은 “폐사 원인은 패혈증으로 추정되나 보다 정확한 규명을 위해 정밀 검사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월드 측은 “벨라의 세부 방류 계획은 동물자유연대,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마련하겠다”면서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향후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롯데월드 결정에 핫핑크돌핀스는 “환영하며 박수를 보낸다”면서 “6년간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며 고통받아온 벨라가 바다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관계 기관 및 전문가들과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더 나아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거제씨월드는 롯데월드의 결정을 본받아 함께 방류를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는 고래류 수족관 사육 금지라는 세계적 흐름에 맞게 해양포유류 보호법을 제정해 수족관 고래류의 반입, 사육, 번식, 공연 등을 금지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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