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ㆍ나침반으로 길 찾는 오리엔티어링서
몰래 표시한 최단 거리로 메달 휩쓸어
중국 인민해방군이 ‘페어 플레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채 자국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계획적인 부정 행위를 저질러 전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CNN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18일부터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세계군인체육대회 중거리 오리엔티어링 종목에서 중국군이 미리 목표 지점을 표시하고 비밀리에 지름길을 준비하는 등 ‘광범위한 부정 행위’를 범해 실격 당했다고 25일 일제히 보도했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와 나침반만을 이용해 산 속의 여러 지점을 통과, 목적지까지 완주하는 경기다. 군대에서 흔히 사용하는 ‘독도법’을 활용하는 종목이기에 세계군인체육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길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고,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빠르게 골인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군은 이번 대회 여자부 중거리 오리엔티어링에서 1ㆍ2ㆍ4위, 남자부 2위를 휩쓸며 선전했다. 하지만 뛰어난 성적의 비결에는 ‘반칙’이 숨어 었었다. 중국군은 근처 지리를 꾀고 있는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경기 전 최단 경로에 자신들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해놓고 경기 시작과 함께 사전에 숙지한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국제오리엔티어링연맹(IOF)는 경기평가 과정에서 중국군이 지도와 나침반을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고 예상 직선도로와 소로, 우회길을 벗어났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부정 행위를 적발한 IOF는 중국군을 해당 경기에서 실격시키고 남은 장거리 종목 출전도 금지시켰다.
IOF는 “중국팀의 행위를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며 “이번달 2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오리엔티어링 월드컵 파이널에서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면밀하게 추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995년 시작돼 4년마다 열리는 군인들의 스포츠 축제다. 올해 7회째를 맞아 개최국인 중국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9,000여명의 각국 선수단을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까지 신설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개회 선언을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중국은 성적에서도 2위 러시아를 금메달 개수에서 2배 차이로 따돌리고 종합 성적 1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부정 행위 적발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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