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던 2017년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사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그리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재선이었어요. 주인공 ‘알란’의 성격상 이 세가지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요나스 요나손이 ‘북한’과 ‘김정은’을 신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의 주요 무대로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요나손은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전 세계에서 1,000만부 이상 판매라는 대히트를 친 스웨덴 작가다. 전작이 100세 생일날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했다가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손에 넣게 된 노인 알란의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한 살 더 먹은 알란이 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훔쳐 달아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에서 세계사의 한 장면으로만 등장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소설의 주요 무대로 격상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특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요나손은 2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에 오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유럽에서는 김정은을 꾸며내 속이는 게 쉬웠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라며 “쉽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에 대한 자료조사와 연구를 충분히 하려고 노력했고, 막힐 때는 픽션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요나손은 김정은에 대해 조사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냐는 질문에 “세계의 리더들에게 유머와 자기 객관화의 능력이 있다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김정은이 백마 타고 있는 사진을 봤는데, 자기 객관화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스위스에서 공부한 이력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폐쇄된 국가의 수상인 게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소설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트럼프, 앙겔라 메르켈, 블라디미르 푸틴 등 21세기 정치 지도자들을 실명으로 등장시켜 신랄하게 풍자한다. 전작이 스탈린, 마오쩌둥, 트루먼, 김일성 등 20세기 정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삼는 데 비해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아직 정치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이들을 다루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요나손은 “세계 리더라며 어느 정도의 놀림은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중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요나손은 “내 책의 성공비결은 독자들이 내 책과 함께 창문을 뛰어넘는 경험을 하며 쾌감을 느껴서인 것 같다”면서 “모두가 자기 자신의 창문을, 내 책을 통해서든 삶을 통해서든 뛰어넘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간의 방한 기간 동안 요나손은 대중 강연과 팬 사인회, 인터넷 생중계 방송 등을 통해 독자들과 다양하게 만날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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