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우승 경쟁과 살얼음판 강등권 탈출, 올해 들어 폭증한 관중까지. 모든 면에서 ‘역대급’인 2019 K리그1은 리그 최우수선수(MVP) 경쟁마저 뜨겁다. 1, 2위 다툼 중인 울산과 전북의 김보경(30), 문선민(27)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대구 세징야(30ㆍ브라질)가 다크호스다.
왕년의 프리미어리거 김보경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팀의 14년 만의 리그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 임대생 신분으로 팀에 합류한 김보경은 32경기 12골 8도움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보경은 이번 시즌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8번이나 선정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김보경은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아 울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는 부족했던 득점력까지 장착해 ‘축구 도사’란 별명까지 붙었다. 적장인 모라이스 전북 감독도 대놓고 “탐이 난다”고 인정한 선수다.
특히 23, 24라운드에서 서울과 제주를 상대로 3골을 넣으며 선두 탈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울산이 최근 5년간 4번 우승을 차지한 ‘현대가’ 라이벌 전북을 넘고 패권을 탈환할 경우 MVP는 김보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위 울산(승점 72점)과 2위 전북(71점)의 승점 차는 단 1점. 시즌 막판 김보경의 활약 여부에 팀의 우승과 자신의 MVP 수상이 모두 달려 있는 셈이다.
반대로 전북이 우승컵이 들어올린다면 MVP는 문선민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전북의 ‘복덩이’ 문선민은 지난주 포항전 1골 1어시스트로 팀의 3-0 대승을 이끌며 2011년 이동국(40) 이후 8년 만에 탄생한 10-10클럽(10골ㆍ10어시스트) 토종 선수다.
친정팀 인천을 떠나 지난 1월 전북에 둥지를 튼 문선민은 리그 최강 팀의 스쿼드 한 자리를 손쉽게 꿰찼다. 이후 동료 로페즈(29ㆍ브라질)와 함께 상대 측면을 초토화시키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에서도 유독 빛나고 있다. 빠른 발과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를 활용, 돌파부터 전방 압박까지 공수 맹활약하고 있다. 내년 군입대를 위해 상주 상무에 지원한 그가 MVP 수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다.
두 선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단연 세징야다. 지난해 도움왕을 넘어 MVP에 도전하는 세징야는 사실 기록면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특히 세징야의 성과는 팀의 독보적인 에이스로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견뎌내면서도 이뤄낸 것이라 더 주목할 만하다.
세징야는 13골 9도움으로 현재 K리그 전체 공격포인트 1위에 올라있다. 22개 공격포인트로 대구의 득점(42골) 가운데 절반 이상에 관여했다. 무엇보다 세징야는 34라운드 기준 전체 K리거 중 가장 파울을 많이 당한 선수(118회)다. 리그 선두 울산조차 전담 마크맨을 붙일 정도로 상대 공세에 시달리지만, 맡은 역할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대구 돌풍의 선봉장이자 핵심인 셈이다.
MOM과 라운드 베스트11에 각각 4회와 9회 선정되며 두 선수에 비해 기록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세징야가 MVP에 등극하면 지난해 말컹(25ㆍ허베이ㆍ전 경남)에 이어 K리그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외국인이 MVP를 수상하게 된다.
다만 팀 성적에서 두 선수에 미치지 못한다. 대구(승점 50점)는 현재 3위 서울(54점)에 뒤진 4위로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남은 4경기에서 세징야의 활약으로 대구가 ACL 출전권을 확보한다면 MVP 등극도 불가능은 아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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