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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천억 퍼부어도 출산율은 뒷걸음질… 권역별 출산연계 시스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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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천억 퍼부어도 출산율은 뒷걸음질… 권역별 출산연계 시스템 갖춰야

입력
2019.10.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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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환경 현장점검] <하> 출산정책 패러다임 바꾸자

경북도가 30일 도청 동락관에서 분만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1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30일 도청 동락관에서 분만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1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경북도 제공

30일 경북도청에서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2009년 10월 첫 진료를 시작으로 10년동안 군위와 영양 고령 성주 봉화 등 산부인과가 없는 5개 지자체의 가임여성 및 임신부를 2만명 이상 진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모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경북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1만6,079명이다. 2017년 1만7,957명에 비해 10%나 줄어들었다. 2008년 2만3,538명이던 출생아가 2017년 2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10년 만에 31.47%가 줄어들었다. 2016년부터는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고 있다. 경북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명에 불과하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종렬 경북도의원은 최근 경북도의회 임시회에서 “경북도가 저출산과 관련한 예산을 매년 6,000억원 이상 지출하는데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출산장려금 몇 백만원 주고 캠페인을 벌이기 보다는 출산에서 육아, 학교교육까지 책임지는 정책을 선도적으로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이에대해 김성학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도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돌봄문제를 가장 걱정하고 있고, 시책에 여러 가지 부족함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근본적인 정책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북에는 분만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신생아 진료 등으로 이어지는 출산 연계시스템을 동시에 갖춘 시ㆍ군이 구미 포항 등 2, 3곳에 불과하다. 도내 23개 시군 중 절반이 넘는 13곳에는 분만산부인과가 없고, 5곳은 외래 산부인과조차 없다. 인구 10만의 영천시는 지난 9월에서야 분만실이 있는 민간 산부인과 병원을 착공할 정도다.

민간 산후조리원이 운영되는 곳은 17개소에 불과하고 이마저 3곳은 휴업 또는 시설공사로 휴업 중이다. 운영하는 산후조리원마저 구미 8개소, 포항 경주 안동 각 2개소, 경산 1개소로 지역 편중이 심하다.

경북에 공공산후조리원은 한 곳도 없다. 울진과 상주 2곳에 설치하자는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군위와 영양 청도 봉화는 아예 소아과의원조차 없다.

경북도의회 저출산ㆍ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2월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의 신설과 확대, 다자녀 지원방안 확대를 촉구했다. 임미애 도의원은 “의성군에 설치하는 출산통합지원센터의 경우 분만 취약지역에 생기는 시설임에도 분만지원 기능이 없다”며 “저출산 문제에 대해 예산 탓을 하며 해결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신생아 진료 세곳이 한 팀을 이뤄야 하지만 지방의 웬만한 도시에서는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줄어드는 신생아 수만큼 배출되는 전문의 수도 줄어드는 양상”이라며 “분만에 종속적인 산후조리원, 신생아 진료는 자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산장려 정책을 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원재연 안동성소병원 산부인과장은 “농촌지역의 산부인과 감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농촌에 산부인과를 신설하는 것보다 분만산부인과를 거점화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타당성과 효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출산장려 정책입안자들의 인식 개선과 사회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혼이 효도’라는 식의 구시대적 홍보 캠페인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김영선 경북도의회 저출산ㆍ고령화특별대책위원장은 “출산에 대한 경북도의 패러다임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 가장 기초적인 출산환경부터 육아에 이르는 생애주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출산율 목표를 설정하고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출산에 간접적,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여건들을 개선해 나가는 정책을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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