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수처 공방과 문 대통령 시정연설 뒷이야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계기로 진영 대결의 불똥이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논쟁으로 옮겨 붙었다. 29일부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있는 검찰개혁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공수처 신설 자체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문재인 게슈타포(독일 나치정권의 비밀 국가경찰)’로 묘사할 정도로 입법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2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검찰개혁을 거듭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국당 의원들이 야유를 퍼부어 여야 공방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스타 초선 의원들이 잇달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충격을 던졌다. 최근 여의도 이슈를 짚어 보기 위해 본보 국회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 조국 사태로 촉발된 ‘광장 정치’가 검찰개혁 구호를 내건 시즌 2 형식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독립된 검찰 견제 수사기구’와 ‘정권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의 옥상옥’ 중 어디에 가까울까요.
텅 빈 냉장고(냉장고)= 공수처가 검찰 특수부의 전유물인 정권 실세, 고위공직자 사건을 죄다 빼앗아 가면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 될 수 있어요. 옥상옥이 되지 않으려면 청와대 입김 차단을 위한 강력한 장치가 동시에 마련돼야 합니다. 현재 안은 직권남용 등 광범위한 혐의로 판사까지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검찰보다 더 골칫덩어리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공수처를 설치한다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의 수사ㆍ기소권 분리를 주장하는 민주당은 모순에 빠지게 되는 거죠.
정론관 마이크(마이크)=여당은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 자체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수십 년 간 검찰에 손을 대려 했지만 늘 실패로 끝난 만큼, 사법 체계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게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의도 딸바봉(딸바봉)=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움직일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죠.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남몰래 금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상당해요. 문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공수처를 금과옥조처럼 끼고 도는 탓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불나방= 조국 전 장관 지키기에 올인했던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면 공수처법의 국회 처리가 필수입니다. 제대로 될까요? 앞으로 패스트트랙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마이크= 여당은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서 동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어요. 동력이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여야 5당의 복잡한 셈법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걸림돌 입니다. 내년도 예산안도 처리가 걸려 있다는 점도 문제고요.
딸바봉= 민주당은 선거법과 사법개혁안을 일괄 처리한다는 야당들과의 합의를 깨고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추진하고 있어요. 조국 사태로 검찰개혁 요구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공수처가 본질적 검찰개혁 법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편의적이고 비신사적 행동입니다.
올해는 뚜벅이(뚜벅이)= 공수처법 등을 둘러싼 여야 협상 문제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시점인 11월 27일 이후에나 정리될 것 같습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제외한 야 4당간 공조가 굳건하게 유지된다면 11월 말 처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이 저지할 여지가 없지는 않아요. 예산안과 일반 법안 통과를 인질 삼아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죠. 민주당이 꽤 곤란해질 겁니다.
불나방=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에 두 손으로 ‘엑스(X)’ 자를 만들어 공수처 거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무례로 볼 수 있을까요?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는데요.
마음은콩밭에(콩밭)=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로 인한 국론 분열의 책임을 부정했다, 모른척했다고 평가하긴 어려운 측면도 있어요. 조국 사태로 사회 화두가 된 ‘공정’을 시정연설에 전면에 내세운 것은 어쨌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다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해요.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는 표현이 연설에 들어 있었고요.
딸바봉= 보수는 전통과 품위를 지키는 게 매력이라고 들었는데, 요새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비난과 대결에만 치중하는 여야 지도부의 정치 전략이 그런 행동으로 이어진 측면이 크죠.
꺼진불도 다시 보자= ‘엑스’ 자 표시 방침에 대해 한국당 원내지도부에서도 만류가 있었다고 하는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강행한 것으로 전해져요. 평소에는 대통령을 향해 강성 발언을 쏟아내더라도 면전에서는 자제하는 것이 과거 국회의 불문율이었는데, 여야 대치가 심해질수록 그런 관행도 점차 깨지는 것 같아 아쉽네요.
불나방= 문 대통령의 대입 개편 언급으로 그간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정시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돌변했고, 교육부도 정시 확대에 유보적이던 입장을 하루 만에 바꿨어요. 대통령 한마디에 당정의 교육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뀐 데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딸바봉= 대통령의 발언에 여당 교육위원회 의원들 대다수도 황당해 했습니다. 당정청 간의 오랜 숙고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 조국 사태에 놀란 청와대가 급조해 발표한 방침이라는 게 여당 반응이었어요. 정시 확대는 문재인 정부 주요 공약인 고교학점제, 공교육 정상화, 고교 서열화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에서도 반대 여론이 많아요. 다만 정시 확대 요구가 높은 만큼 서울 민심을 다독이는 정략적 카드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도 보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청와대는 조국 정국에서 공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확인된 만큼, 입시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한 사회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정시확대라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이 적절했냐는 내부적 성찰이 없진 않습니다. 특히 입시문제는 좌우 진영 모두에게 공격받을 수밖에 없는 이슈이기도 하죠. 정치적 위험이 큰 선택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이크= 당정청이 이미 몇 달 전부터 내부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방침을 정해놨다는 얘기도 있어요. 조국 사태로 대입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었다는 거죠.
불나방= 민주당 초선인 이철희, 표창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죠. 정치 포기 선언인가요, 아니면 더 큰 목표를 위한 또 다른 정치 행위로 봐야 할까요.
뚜벅이= 두 의원이 정치에 실망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정은 다른 것 같아요. 이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이철희’로서가 아닌 다른 행보를 통해 정치 분야에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이죠. 표 의원은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여당 의원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과 자신의 소신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 인물이 필요한 민주당 입장에선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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