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25일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사임했다. 지난 9월 10일 개각 이후 첫 낙마 사례다.
전날 발매된 주간지 ‘주간분슌(文春)’은 스가와라 장관의 비서가 이달 지역구 주민의 빈소에 부의금을 냈다고 보도했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의원 본인이 직접 조문하지 않은 채 지역구민에게 부의금을 전달하는 것을 부당 기부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주간분슌은 스가와라 장관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게와 멜론 등의 선물을 나눠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가와라 장관의 비서가 작성한 선물 리스트에는 2006~2007년 여름과 겨울에 발송한 멜론과 게, 명란젓 등의 선물 품목과 239곳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연락처에는 지역구 주민 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정치권 유력인사의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주민들도 일본 언론들의 취재에 “멜론이나 게를 택배로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에 야당 측은 국회에서 스가와라 장관을 상대로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 아니냐”고 추궁해 왔다. 스가와라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금품을 현금이라고만 생각해 ‘없다’고 답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야당뿐 아니라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서도 사퇴 여론이 확산됐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헌법심사회 개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번 의혹을 활용해 자민당의 개헌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지역구 유권자에게 부의금을 대리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웃이다. 최근 얘기이므로 발뺌할 수 없게 됐다”며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중의원 경제산업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는 지난 23일 스가와라 장관에 대한 추가 질의를 25일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스가와라 장관은 사임 의사를 굳히고 이날 오전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NHK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스가와라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전 지방창생장관을 후임으로 기용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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