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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활력 살릴 카드가 없다… 역대 5번째 최악 경제성적표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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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활력 살릴 카드가 없다… 역대 5번째 최악 경제성적표 눈앞

입력
2019.10.25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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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0.4% 성장률 쇼크] 

 10년 만에 2% 이하 성장 위기… 홍남기 “뉴노멀 진입” 인정 

 전문가들 “건설 등 재정 투입을” “소주성 정책 재검토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장률 2% 이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성적표가 눈앞에 다가오고, 내년 경기는 더 침체될 거란 전망까지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의 근본 체력에도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부총리까지 “지금의 경기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저성장 고착화라는 뉴노멀(new normalㆍ새로운 표준)의 진입점”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책당국이 이런 상황일수록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보강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 같은 강력한 충격이 없는데도 기록적인 성장률 하락이 발생하는 상황을 심각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2%를 밑돌았던 해는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등 네 번뿐이다. 제2차 석유파동(1980년),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등 세계 수준의 경제 충격이 있을 때만 발생했던 현상이 10년 만에 재연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역대 성장률 2% 하회 시기. 그래픽=신동준 기자
역대 성장률 2% 하회 시기. 그래픽=신동준 기자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악재가 있긴 하지만, 이것이 성장률을 1%대로 떨어뜨릴 만큼 치명적 위기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정도 타격으로도 성장세가 허물어질 만큼 경제 펀더멘털이 허약해졌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투자은행(IB) 중에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모건스탠리, HSBC 등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0.1~0.2%포인트 낮게 보고 있다. 국내 기관 중에도 LG경제연구원, 국가미래연구원 등이 이런 전망에 가세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IB의 신흥국 성장률 전망을 토대로, 세계교역 위축이 내년에도 이어지는 탓에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성장률 반등폭이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당국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생산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2%대 중반(2.5~2.6%)으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올해 1%대 성장에 그치더라도, 잠재성장률이 훨씬 높았던 시기의 1%대 성장과 비교해 경제적 충격이 크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아예 저성장 기조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내놨다. 그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길게 봐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받아들이되 성장률 제고 노력은 별도로 한다는 의미에서 뉴노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의 이러한 ‘현실론’을 비판하며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국은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졌음을 강조하지만, 지금의 성장률은 그러한 잠재성장률마저 한참 밑도는 수준”이라며 “정부는 이전엔 소폭으로 여겼던 성장률 하락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건설투자 등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큰 부문 위주로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수출 부진을 만회해야 할 민간소비마저 부진한 점은 경기 환경을 탓하기보단,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현실성 있는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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