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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갈등에 ‘동물 국회’ 된 美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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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갈등에 ‘동물 국회’ 된 美 의회

입력
2019.10.24 18:27
수정
2019.10.24 21:4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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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 비공개 청문회장 난입… 국방부 부차관보 증언 5시간 저지 

 트럼프 “거칠게 싸워라” 이틀 만에… 여야 고성 대치 속 피자 배달도 

 

공화당 의원들이 23일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와 관련한 비공개 청문회 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의원들이 23일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와 관련한 비공개 청문회 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와 관련한 비공개 청문회장에 난입해 회의가 5시간 파행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고성이 오가는 장시간의 대치 속에서 피자가 배달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여의도에서나 종종 봐왔던 물리적 충돌이 미 의회에서 빚어지자 “의회가 점점 서커스를 닮아가고 있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되는 탄핵 조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공화당 의원이 실력 저지에 나서면서 탄핵 조사를 둘러싼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의원 20여명이 이날 오전 9시 45분께 하원의 3개 관련 상임위가 로라 쿠퍼 국방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담당 부차관보에 대한 비공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던 의사당 지하의 기밀정보회의실(SCIF)을 급습했다. 맷 개츠 공화당 하원 의원의 주도 하에 공화당 하원 2인자인 스티브 스칼리스 원내 총무 등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의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들여 보내줘”라고 외치며 의회 경찰을 밀치고 3개 문으로 진입한 뒤 ”회의를 공개하라” “회의가 일방적 룰로 진행되고 있다”고 외치며 항의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자 민주당 의원들도 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거짓말하고 훔치고 속이는 것이 괜찮다고 가르치려는 것이냐" "오늘 할 일이 없냐"고 맞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이 됐다고 CNN이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당시 회의장에 있던 한 인사는 “대규모 소요에 가까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 경찰의 퇴장 요구에 응하지 않자 시프 정보위원장은 “증언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말한 뒤 회의실을 떠났다. 한 공화당 의원은 "가지 마라"고 소리쳤고 또 다른 의원은 "그는 우리에게 말을 걸 배짱이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증언석에 앉아 있던 쿠퍼 부차관보도 회의실을 떠났다. 기밀정보회의실은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 곳이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휴대폰을 소지하고 들어갔다가 뒤늦게 이를 회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치 상태가 오후까지 이어지자 의원들이 피자를 주문해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나눠줬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후 2시 30분께서야 회의장을 떠나 비공개 청문회는 예정보다 5시간 늦은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

23일 공화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가 파행을 빚은 가운데 회의장에 피자 박스(오른 쪽)가 배달된 모습. 왼쪽은 마크 메도우 공화당 하원 의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3일 공화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가 파행을 빚은 가운데 회의장에 피자 박스(오른 쪽)가 배달된 모습. 왼쪽은 마크 메도우 공화당 하원 의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의 회의장 난입과 관련해 스칼리스 원내 총무는 “청문회가 소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의원이 그 방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언론도 입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탄핵 조사의 불투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탄핵 조사를 진행하는 3개 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허용돼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실력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속속 나오는 데 대한 초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날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와 군사 지원을 연계한 정황을 상세히 밝히는 폭탄 증언을 하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존 썬 공화당 상원 의원은 이날 “테일러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가 오후에는 민주당의 탄핵 절차를 비난하는 쪽으로 초점을 돌리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성을 잃었다”며 “탄핵 조사를 중단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회의실 기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각료회의 때 “공화당이 좀 더 거칠게 싸워야 한다”고 주문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는 30명 가량의 하원 의원들과 2시간 30분간 회의를 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회의에서 회의장 급습 계획이 공유됐다고 보도했으나 마크 메도우 하원 의원은 이를 부인했다.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초조하게 추이를 지켜본다면 하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돌격대 역할에 나선 분위기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 의원은 이날 회의장 기습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곳이 매일 서커스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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