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서 귀국하며 기내간담회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기대를 전했다고 24일 밝혔다. 특정 장소나 시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이라며 갈등해소 노력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 한국으로 귀환하는 비행기에서 동행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엔 한계가 있지만, 거론이 됐다는 데까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양국 관계가 개선이 되어서 두 정상이 만나시게 된다면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회담에 배석했던 정부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인 시점이라든지, 정상회담이란 용어를 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한 것이다”며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총리가 이날 아베 총리에게 전달한 친서에도 비슷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문 대통령 친서에 다음달 예정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 관련 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총리는 이와 관련 “상당히 앞서간 보도”라면서도 “친서에서 (날짜와 같은) 숫자를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정상 간 만남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친서에는 통상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식의 표현이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방일 기간 한일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봤다고도 말했다. 이 총리는 “여전히 상황이 어렵게 얽혀 있지만, 이틀 전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을 때에 비하면 희망이 조금 더 늘었다”며 “아베 총리께서 상황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소통과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약간의 변화라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을 촉발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안이 오가고 있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고위관계자는 “아직은 실무진이 여러 형태의 안에 대해서 얘기해보는 단계”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 배려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일본에 대해서 많이 아는 이 총리가 일본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났을 당시에 대한 언급도 했다”는 점을 자신이 느낀 배려라고 꼽으면서, 이로 인해 자신도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회담 후 다소 편향된 입장을 낸 것을 염두에 둔 듯, 추가적인 설명을 하기도 했다. 외무성은 보도자료에서 ‘한국이 국가간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아베 총리의 발언 위주로 소개했다. 자칫 한국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정부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그런 것은 양국의 근간, 기초를 흔드는 것이다’, ‘시정 조치를 바란다’는 취지로 언급했으며, 이에 대해 이 총리가 “그것은 양측의 입장 차이다”, “한국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혜를 짜내자”고 각각 답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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