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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 반려견 놀이터 만들면 견주도 반려견도 스트레스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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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 반려견 놀이터 만들면 견주도 반려견도 스트레스 ‘훌훌’

입력
2019.10.25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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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조성 원하지만 반려동물 법적 규정 없어 ‘발동동’ 

 외국에선 제한 없어 반려견 물놀이도 마음대로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런 G 매그너슨 오프 리쉬 도크'에서 시민들이 물 속에서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반려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제공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런 G 매그너슨 오프 리쉬 도크'에서 시민들이 물 속에서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반려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제공

이른바 ‘개헤엄’은 팔을 앞으로 내밀고 손바닥으로 물을 끌어당기면서 치는 수영으로 알려져 있다. 정석은 아니지만 개들에겐 익숙한 이 영법은 생존수영 관점에선 유용하다. 하지만 정작 국내 강이나 하천에서 개헤험 치는 반려견들을 찾아보긴 힘들다. 그들에게 주어진 개헤험의 기회는 기껏해야 축제나 이벤트 때 설치된 간이 풀장에서다. 현행법상 반려견이 마음대로 뛰어 놀거나 헤엄을 칠 수 있는 하천을 구경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법적으로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탓도 크다.

하천에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하려면 국토교통부 산하 관할 지역 국토관리청에서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하천 점용허가 금지 항목에 가축 사육과 방목 행위가 있는데, 개가 현행 가축법상 가축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반려견과 산책하면서 일상의 휴식을 가지는 시간이 법적으로는 가축 방목 또는 사육하는 기괴한 상황인 셈이다.

실제 낙동강변에 놀이터를 설치하려던 부산시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법제처는 “하천 구역에 반려견을 위한 운동·휴식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이용자들은 해당 시설에 개를 수시로 풀어놓게 되고 그 결과 특정 다수의 개가 계속해 그 시설에 머물며 분뇨 등을 배출함으로써 하천을 훼손하거나 오염시킬 수 있어서 특정한 가축의 무리를 그 곳에 상주시키는 것과 차이가 없게 된다”며 하천 점용허가 금지가 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법제처의 해석과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이종주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이 견주와 함께 특정한 장소에서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으로 하천법에서 규정하는 가축의 사육·방목 행위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고 밝혔다. 법제처가 분뇨 배출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이 곳에서 발생하는 분변은 반려견주가 직접 처리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시공원 내 놀이터에서도 분변으로 인한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천 내 반려견 놀이터는 서울시(한강), 부산시(낙동강) 등 국가 1급 하천인 강을 품고 있거나 유역이 넓은 하천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에선 반려견과 동반 산책이 급증한 현실에 맞게 하천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시는 하천 점용이 허용되지 않는 ‘가축을 방목하거나 사육하는 행위’라는 법 조항 문구에 ‘단, 반려견이 운동·휴식을 위한 반려견 놀이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인 하천법 개정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은 지난 8월말 이런 내용의 하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제안 이유에선 인구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현상으로 애정을 나눌 수 있는 반려 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변공원 일대에서 반려동물이 운동 휴식 등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개정안 내용은 서울시와 미세하게 다르다. 단서 조항 문구를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의 운동·휴식 등 복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는 제한한다’고 규정해 반려견보다 더 넓은 개념을 포괄했다.

하천에 목줄을 풀어 놓고 반려견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설치되면 일반 산책 시민과 반려견을 동반한 시민들 사이 구획이 지어져 개물림 사고 등 안전사고를 격감시킬 수 있고 불필요한 갈등 요인을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엔 반려견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선 반려견이 호수와 하천에서 마음껏 뛰놀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 국가에선 하천과 호수 주변에서 반려견 방임을 막는 제한 자체가 없다. 플로리다주 잭슨빌 ‘도그 우드 파크(Dog Wood Park)’에는 수영장과 놀이공원, 오솔길 외에도 ‘바우 와우 호수’(8,093㎡)에서 덩치가 큰 반려견들이 신나게 수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에 갇혀 지내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야외 산책이 전부인 반려동물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하천 수영장 등은 긍정적이란 의견이 많다. 설채현 그녀의동물병원 원장은 “안전과 현행법 상 반려견에 목줄을 매고 다니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목줄이 없는 게 반려견들의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며 “하천에 놀이터가 들어오면 반려견들의 스트레스가 줄고 연쇄적으로 문제행동도 줄어드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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