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 노동자 대부분은 법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2,765명의 감정노동자를 상대로 실시한 ‘2019년 감정노동 및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응한 병원과 백화점, 콜센터, 정부기관, 가전 및 인터넷 설치업체 종사자들은 ‘고객의 막무가내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 70.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고객을 대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느냐"는 물음에도 66.3%가 '그렇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이 고객에게 폭언 등 피해를 입어도 회사의 보호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으로부터 가해를 입었을 때 업무에서 제외해 쉴 수 있게 해 주느냐’는 설문에 31.5%만 ‘그렇다’고 답했다. ‘고객의 폭력 방지를 위해 각종 안내문구 게시나 음성안내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44.3%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때 심리적 치유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22.5%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18일 시행된 감정노동자보호법은 감정노동자들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도록 회사가 고객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문구를 게시하거나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한인임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정책팀장은 “전체 응답자의 70%가 '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 현행법이 1년간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희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희망연대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법 시행 1년간 신고건수가 9건, 과태료 부과가 2건에 불과하다”며 "신고하지 않으면 조사하지 않고, 조사해도 80%는 과태료 대상조차 안 되는 처분을 받고 있어 오랜 시간 공 들여 어렵게 탄생한 소중한 법률이 현장에서 실종됐다"고 토로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는 “법을 관리감독하고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고용노동부에 문제가 있다"며 고용부에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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