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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시위 직면한 에티오피아 총리… 빛바랜 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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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시위 직면한 에티오피아 총리… 빛바랜 노벨평화상

입력
2019.10.24 17:56
수정
2019.10.24 23:5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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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오로모족 젊은이들이 23일 수도 아디스아바바 자와르 모하메드의 집 인근에서 “아비 총리 사임”을 구호로 외치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로이터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오로모족 젊은이들이 23일 수도 아디스아바바 자와르 모하메드의 집 인근에서 “아비 총리 사임”을 구호로 외치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로이터 연합뉴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전 세계의 찬사 속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퇴진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에 직면했다. 아비 총리의 정적으로, 오로모족 인권 운동가이자 독립언론 오로모미디어네트워크(OMN) 창업주인 자와르 모하메드에 대한 경찰 조사에 반발하는 자와르의 지지자 수천 명이 23일(현지시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비 총리의 퇴진을 외친 이날 시위로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의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시위에 나선 자와르 지지자들이 아비 총리의 정치철학과 에티오피아에 대한 그의 비전을 담은 신간을 불태웠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시위는 전날 에티오피아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 자와르가 페이스북에 자신의 집을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아비 총리가 의회에서 “익명의 언론 소유주가 인종적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경고한 직후의 일이다. 175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어가 있는 자와르가 이같이 밝히자 곧장 오로모족 젊은이들이 정부를 규탄하며 자와르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에티오피아 1억 인구는 오로모, 암하라, 소말리, 티그라이 등 80개 부족으로 구성돼 있다. 티그라이족의 20년 넘는 집권 끝에 지난해 4월 아비 총리가 오로모족으로는 처음으로 취임했다. 아비 총리는 취임 직후 약 20년 간 이어져 온 인접 국가 에리트레아와의 국경 분쟁을 끝내고 종전선언을 이끌어 낸 공로로 지난 11일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젊은 오로모족 남성들은 자와르가 OMN을 통해 하일레마리암 데살렘 전 총리 재임 당시 반정부 시위를 보도함으로써 아비 총리의 집권에 기여한 영웅으로 믿고 있다. 전임 하일레마리암 정부에서 테러리스트로 규정됐던 자와르는 미국 미네소타주에 머물다 아비 총리의 금지 해제 조치로 에티오피아로 돌아왔다. 아비 총리는 취임 이후 과거 야당 대표를 포함해 수천 명의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많은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비 총리와 자와르의 관계는 에티오피아 민족 연방주의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시각으로 악화돼 왔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분석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억눌렸던 에티오피아 내 종족 갈등이 아비 총리 집권 이후 표면화하는 가운데 자와르는 오로모족의 언어를 에티오피아 정부의 실무 언어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될 만한 조치들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가 인종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아비 총리는 인종 불안을 조장하는 언론 소유주를 언급한 의회 발언에서 “당신들은 평화가 찾아왔을 때는 여기에 있는데, 우리가 어려울 때는 여기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시위가 아디스아바바뿐 아니라 아다마, 암보, 하라르, 짐마 등 다른 도시로도 확산됐다고 전했다.

아비 총리의 정치 자유화가 국가 안정을 위태롭게 할 (자민족 중심주의) 세력을 일정 부분 촉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NYT는 평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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