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특수부(부장 최임열)가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과 관련해 24일 정종제 행정부시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이틀째 소환 조사를 이어가면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대상지인 중앙공원 1ㆍ2지구 우선협대상자 변경이라는 중대한 정책 결정이 정 부시장 선에서 단독으로 이뤄졌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온다는 점에서 검찰의 시선은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그 ‘윗선’을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은 이날 정 부시장을 재소환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 돌연 광주시감사위원회에 특정감사를 지시한 배경과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제안심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 이유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런 과정 등을 살펴보면, 과연 정 부시장이 혼자서 이런 일을 결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시청 안팎에선 “정 부시장이 이용섭 광주시장 등과 논의를 거쳐 정책 방향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제 갈림길에 섰다. 특정감사를 진행한 윤영렬 광주시감사위원장과 정 부시장을 거쳐 곧바로 ‘다음 산’을 향해 발걸음을 뗄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다소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민간공원 특례사업 진행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그 전에 결론을 내려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지만 그간 수사 태도를 보면 그다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광주시가 2단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와 실시협약을 11월 체결할 예정이어서 그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대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밖에서 보면 수사 확대를 피하기 위한 속도조절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다. 검찰 관계자가 “이번 수사는 순항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묻어난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 확대를 강제하는 요인들도 불거지고 있다. 당초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였다가 지위를 빼앗긴 금호산업㈜이 지난해 12월 13~14일 열린 제안심사위원회 때 회의 표정 등을 메모 형태로 정리한 문서파일에 이 시장과 관련한 유의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문서파일엔 ‘이 시장은 안건을 통과시키라고 했는데 광주시 공무원 전전긍긍’이란 대목이 나온다. 당시 감사위원회는 자체 마련한 평가기준에 따라 점수를 다시 매겨 업체 평가순위를 바꾼 뒤 이를 안건으로 올려 심사위원들에게 승인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일부 심사위원이 “우리가 들러리냐”고 반발하면서 첫날 회의는 무산됐다. 금호산업 측이 작성한 이 문서파일 내용만 놓고 본다면 이 시장 관련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금호산업 측은 “당시 상황을 언론 등 주변을 통해 전해 듣고 정리한 것이어서 (이 시장 관련 내용은) 사실이 확인된 건 아니다”고 한발 뺐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시는 당시 대형 공익사업에 대한 행정처분 결정을 내리기 위해 마련한 제안심사위원회를 개최하면서 회의 진행 상황과 회의 결과 등을 기록해야 할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향후 검찰 수사의 초점이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과정 등에 이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는지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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