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암호화폐 보안 우려에 급락… IBM “연산 난도 과대 평가” 평가 절하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구글이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3분여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퀀텀)컴퓨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기술 개발 소식의 불똥은 암호화폐 시장으로 튀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등 양자컴퓨팅을 둘러싼 보안체계 논쟁이 불붙을 조짐이다.
23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자사 블로그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양자 지상주의(quantumsupremacy)’로 불리는 중대 발견을 소개했다. 결론은 자사가 개발한 양자 프로세스가 최고 수준의 기존 슈퍼컴퓨터 성능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이론에 기반해 정보를 처리한다. 에너지 최소 단위인 양자의 움직임을 통해 컴퓨터 연산 능력을 대폭 높이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컴퓨터가 0 또는 1로 표기되는 디지털 단위를 활용, 계산하고 정보를 저장하는데 반해 양자컴퓨터는 ‘큐비츠(Qubits)’라는 단위로 0과 1을 같이 표기한다. 예컨대 0이나 1로 저장할 수 있고, 0과 1, 1과 0으로 구성된 정보 형태도 동시에 구현되는 만큼 계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슈퍼컴으로 1만년 걸릴 연산식을 단 200초면 끝낼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CNN은 “구글이 지금은 어느 정도 오류를 수반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양자컴퓨터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글 측도 고무적인 반응이다. 구글은 블로그 포스트에 “필수 연산능력에 도달하기까지 수년 간 엔지니어링과 과학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보다 명확한 하나의 길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도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 인터뷰에서 “(인류의) 첫 비행기는 불과 12초만 날았다”며 “물론 그것(양자기술)을 실제 적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팅은 한계에 부닥친 컴퓨터 기술을 뛰어 넘을 대안으로 꾸준히 주목 받았다. 구글뿐 아니라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후지쯔, 삼성 등도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투자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슈퍼컴을 능가하는 획기적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구글 발표를 평가절하하는 업계 분위기도 감지된다. IBM은 “구글이 연산 난도를 너무 과대평가했다”며 “슈퍼컴으로 1만년 소요된다는 연산 작업도 사실 2.5일이면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기술 개발의 사실 여부를 떠나 암호화폐 시장은 즉각 타격을 받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4일 구글 발표 직후 암호화폐 비트코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 한 때 1비트코인은 7,500달러를 밑돌아 5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이날 개발 중인 암호화폐 리브라의 작동과 관련해 신중한 반응을 내놓은 여파도 있었다.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하락률도 6~10%에 달했다.
암호화폐 업계가 앙자컴퓨팅에 민감한 이유는 이 기술이 실현되면 암호화폐 보안체계가 뚫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물론 상용화 가능성을 두고는 국내ㆍ외에서 논란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기본인 ‘블록체인’ 해독은 아무리 연산능력이 좋아져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존재하는 컴퓨터 가운데 암호화폐 보안 작업을 뚫어낼 능력을 갖춘 건 없었다”며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 소식 자체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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