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野 반대로 본회의 통과 어려워
경찰의 檢 압수수색 보장, 檢 견제 가능
‘선 수사권 조정, 후 공수처’ 전략수정 필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수사 58일 만에 구속됐다. 조 전 장관 수사가 남아있지만 다음달 정 교수가 기소되면 ‘법원의 시간’이 열린다. 본게임은 그때부터다. 검찰과 조 전 장관 부부 입장이 팽팽한 만큼 향후 재판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다투는 치열한 공방전이 될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이나 재판부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대신 ‘조국 사태’가 남긴 과제인 검찰개혁의 완성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간헐적이지만 길게는 23년, 짧게는 10여년 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현 정부에서는 구체적 실현 방안이 논의됐다. ‘조국 사태’로 그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도 모아졌다. 관련 법률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본회의 상정과 처리만 남겨 놓았다. 특히 검찰 스스로 권력 분산과 타 권력기관에 의한 견제라는 개혁 방향에 동의하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상황이다. 이런 기회가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길은 꽉 막혀 있다. 자유한국당의 공수처 설치 반대 당론이 장벽이다. 다른 야당들도 선거제도를 바꾸는 선거법 개정안 선(先)처리 후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 후(後)처리 입장이다. 여야 협상이 교착된 이유다. 야당은 그렇다쳐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현재 야당 입장과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 수를 감안하면 공수처 법안 본회의 통과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닥치고 공수처’다.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양 날개다. 공수처 법안 처리 전망이 어두우면 일단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권한 분산과 견제로 검찰개혁호를 일단 띄우는 게 순서다. 더구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선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 물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 해서 실효적인 검찰 견제는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 내부 비리에 한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보장하는 안을 제시한 건 진전이다.
검사 등 검찰 내부 비리 발생 시 경찰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법원 청구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은 이미 지난해 6월 법무부ᆞ행안부 장관 간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 논의와 이른바 검찰개혁 정부안인 ‘백혜련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주무 장관들이 이미 합의한 내용이고, 제1 야당도 도입에 긍정적이라면 민주당이 나서서 이 조항을 부활시켜 추진하면 실질적인 검찰 견제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수처만 붙들고 있다. 청와대의 공수처 고수 입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현실을 무시한 채 공수처 추진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검찰개혁의 대의조차 그르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야 협상 전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당은 공수처 법안 처리를 고집하다 오히려 선거법 협상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부담만 짊어지게 됐다. 조국 사태 초래에 대한 책임도 책임이지만 여당 지도부는 대야 협상의 전략 부재, 능력 부재를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혹 ‘닥치고 공수처’가 총선을 대비한 ‘검찰개혁 대 반(反) 검찰개혁’ 구도 형성을 염두에 둔 거라면 지나친 정치공학적 접근이다. 검찰개혁은 그렇게 함부로 활용할 만큼 값싼 카드가 아니다. 검찰개혁 필요성이 언급되고 추진된 지 23년, 조국 사태로 우리 사회가 치른 대립과 분열의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여당은 더 대범하고 창의적인 검찰개혁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 높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로 검찰개혁의 물꼬를 튼 뒤 후속으로 공수처 설치를 논의해 가는 것도 방법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에 검찰개혁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현 정권에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를 냉철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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