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형 쇼핑 할인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정부 부처간 정책 ‘엇박자’로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변경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 때 비용 부담이 커진 백화점 업계에게 사실상 등 떠미는 방식으로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 행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에 행사 보이콧까지 검토했던 백화점들은 뒤늦게 참여를 결정했으나, 할인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소비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온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는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 계획 등을 발표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2015년 시작된 행사로 올해는 다음달 1일부터 22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간담회에서 김연화(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추진위원장은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279개 증가한 603개 기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며 “국내외 쇼핑 시즌과 연말 소비심리를 고려해 앞으로 코리아세일파스타 개최 시기를 11월로 고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 현장에선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백화점 업계의 불만이 크다. 공정위가 오는 31일부터 ‘특약매입 지침’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백화점들은 할인행사를 할 때 납품업체에 할인금액의 절반을 보상하거나 판매수수료율을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백화점 입장에선 할인행사를 안 하는 편이 손해를 덜 본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위로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 요청 공문을 받은 백화점들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영업 방식에 큰 변화가 있는데 정부 행사를 외면할 수 없다 보니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백화점들은 행사에 참여 하되 할인 대신 경품이나 사은품 이벤트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관계 없이 자체 비용으로 진행 중인 할인행사 이외에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별도 할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협회는 “할인율은 입점 브랜드가 결정하는데, 마케팅 전략이라 아직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백화점에선 “입점 업체들과 할인 여부, 할인율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할인 참여를 강요하는 것으로 공정위에 비칠 수 있어 말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공정위는 이날 뒤늦게 개정 지침 시행 시기를 코리아세일페스타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1월엔 원래 유통업계에 할인행사가 많다. 소비심리가 확산되는 연말을 맞아 쌓인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업체들 대부분 새로운 할인 행사를 기획하기 보다는 기존 행사를 내세워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업계 자율’로 행사 방식을 바꿨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큰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여에 대한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개별 행사들을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이름으로 합쳐 홍보하니 브랜드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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