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아베 줄곧 굳은 표정… 이 총리는 상대적으로 밝은 표정
②회담 시간 2배 늘고 ③공식 명칭은 면담→회담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4일 회담 분위기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이날 회담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이후 한일 간 최고위급 인사의 만남으로, 양국은 일단 파국을 피하게 됐다.
24일 오전 11시 11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 마련된 회담장 바깥에서 아베 총리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이 총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양국 취재진에 포착됐다. 아베 총리의 표정은 긴장한 듯 다소 굳어 있었다. 한쪽 손으로 다른 쪽 손가락을 만지거나, 입술에 침을 바르기도 했다.
잠시 후 이낙연 총리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태극기와 일장기를 배경으로 마주보고 서서 악수했다. 사진 포즈를 취하는 동안 이 총리는 취재진을 향해 웃어 보였고, 아베 총리는 엷은 미소만 지었다. 두 사람이 회담장에 들어설 때까지 분위기는 풀어지지 않았다. 정상급 회담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 회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는 이와 달랐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딱딱하다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전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된 10여분의 2배 가량인 21분 간 진행됐다. 국무총리실은 23일까지 “회담 시간을 10분은 확보했지만, 추가로 몇 분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워 했었다. 회담이 순차 통역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실제로 발언을 주고 받은 시간은 약 10분이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 시간이 짧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며 “진지하고 유용하고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진 덕분에 시간이 21분으로 늘어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동을 ‘회담’이라고 공식 명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총리실은 24일 오전까지 두 사람의 회동을 ‘면담’이라고 규정했다가 회동이 끝난 뒤 ‘회담’으로 바꾸었다. 일본이 회동의 공식 명칭을 ‘회담’이라고 먼저 확인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회담은 ‘양국 정부가 격식을 갖추고 마주 앉는 공식 외교 회동’이라는 뜻이어서, 양국 정부가 이날 회동에 적지 않은 무게를 실었음을 보여 준다.
이날 회담에는 남관표 주일한국대사,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 정운현 총리비서실장, 추종연 총리실 외교보좌관, 이석우 총리실 공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취재진 열기도 뜨거웠다. 회담을 마치고 관저를 떠나는 이 총리에게 기자 30여명이 몰려들면서 화분이 깨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도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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