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가을 에이스’로 거듭났다.
스트라스버그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승제) 휴스턴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1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초 2점 리드를 안고 1회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버텨 팀의 12-3, 9점차 승리에 발판을 놨다.
적지에서 1~2차전을 쓸어 담은 워싱턴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다 타이인 8연승을 달리며 창단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7전4승제의 역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거둔 팀이 이길 확률은 84.5%(84회 중 71회), 현재 ‘2(1,2차전)-3(3~5차전)-2(6,7차전)’ 형태의 시리즈에선 88%(25회 중 22회)에 달한다. 두 팀은 워싱턴의 홈으로 장소를 옮겨 26일 3차전을 치른다. 3차전 선발로 워싱턴은 아니발 산체스, 휴스턴은 잭 그레인키를 예고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원투 펀치’가 모두 출격한 1,2차전에서 스트라스버그가 가장 돋보였다. 스트라스버그는 선발 투수의 기본 덕목인 퀄리트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유일하게 기록했다. 반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두고 ‘집안 싸움’을 벌인 휴스턴의 1차전 선발 게릿 콜(7이닝 5실점)과 2차전 선발 저스틴 벌랜더(6이닝 4실점)는 제 몫을 못하고 무너졌다. 워싱턴의 1차전 선발 맥스 슈어저는 5이닝 2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지만 투구 수 조절에 실패해 일찍 내려갔다.
2010년 워싱턴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스트라스버그는 가을에 유독 강한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처럼 포스트시즌 기록이 좋다. 이날까지 올 가을 야구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93을 찍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8차례 등판에 5승2패 평균자책점 1.34다. 2012년 15승을 거두고도 ‘가을 무대’에 서지 못한 아쉬움을 풀기라도 하듯이 큰 경기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당시 구단은 팔꿈치 수술 전력이 있는 스트라스버그를 보호 차원에서 이닝 제한을 걸고 159.1이닝에서 끊었다. 하지만 15승 투수 없이 31년 만에 치른 포스트시즌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에 2승3패로 져 탈락했다. 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2차전 후 “스트라스버그는 최고 수준의 투수, 빅게임 피처가 됐다”며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고 칭찬했다.
이날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의 역투와 함께 7회초 ‘빅이닝’을 만들었다. 2-2로 맞선 가운데 선두 타자 커트 스즈키가 벌랜더의 시속 150㎞ 직구를 받아 쳐 균형을 깨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스즈키에게 홈런을 허용한 벌랜더는 후속타자 빅터 로블레스에게 볼넷을 내주고 강판당했다.
벌랜더가 내려가자 휴스턴은 매섭게 몰아쳤고, 상대 수비 실책까지 겹쳐 5점을 추가했다. 승기를 잡은 워싱턴은 8회 애덤 이튼, 9회 마이클 A. 테일러의 솔로포로 승리를 자축했다. 벌랜더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200탈삼진을 작성했지만 개인 첫 월드시리즈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벌랜더의 월드시리즈 성적은 6경기에서 5패 평균자책점 5.73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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