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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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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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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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진송은 “남 보기 예쁜 몸이 아니라, 적절한 나의 동반을 만드는 마음으로 운동을 한다”고 밝힌다. 다산책방 제공

출근길 지하철 출입구만 올라서면 새로 생긴 헬스클럽 전단지가 두 손 가득 쥐여진다. ‘몸매 종결자로 만들어드립니다’, ‘집 나간 쇄골을 찾아 드립니다’, ‘아직도 뚱뚱하고 못생기셨나요?’.... 전단지 문구를 뜯어보다 보면 건넨 이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운동 권유를 가장해 외모를 평가하고, 조롱하는 게 아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노는 금세 ‘운동 좀 해야 하는데’라는 자기 반성으로 조용히 귀결된다.

길모퉁이만 돌면 헬스클럽이 튀어나오고, TV만 틀면 온갖 운동법이 소개된다. 웰빙 열풍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운동을 강박의 경지에 올려놨다. 운동은 취미가 아닌 능력이 됐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의 저자 이진송은 매번 3개월 치 운동 코스를 끊었다가 못 가는 ‘운동센터 기부천사’이자, 여러 운동 종목을 전전하는 ‘운동 유목민’이다. 책은 그가 운동하면서 깨닫고 느꼈던 것들을 쓴 에세이다. 많은 운동에 도전했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럼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 단단한 의지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생리가 시작되면 관절이 약해지니까 운동하면 안 된다며 드러눕고, 비가 오면 갈까 말까 망설이고, 그나마 등록비가 아까워서 억지로 몸을 일으킬 때면 걸음걸음이 울고 넘는 박달재다’라는 데서는 격한 공감을,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에 맞추어 팔다리를 허우적대고, 중간중간 히리야! 하는 추임새를 넣는 회원님의 에너지에 감화되어 웃는’ 아쿠아로빅 체험기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운동 공간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차별과 배제, 무례함을 재치 있게 까발리는 순간 공감은 더 커진다. 수영장에서 사생활을 캐묻는 회원들, ‘5㎏은 빼줄게’라며 대뜸 반말부터 하는 복싱 센터 관장, ‘이 뱃살 좀 보라’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트레이너…. 저자는 그의 경험에 비추어 사회가 건강을 목표로 운동을 강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에게만은 다른 목표를 제시한다고 지적한다. 건강한 몸이 아니라 ‘아름다운 몸’, 더 구체적으로 ‘마른 몸’ 이다. 이를 여성이라면 누구나 도달해야 하는 이상적인 지점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몸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환경에서 운동의 초점은 ‘내 몸’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내 몸’에 맞춰지고, 그런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은 운동이 불편해진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숱한 운동 에세이들이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몸을 만들 수 있는가’에 주력한다면,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만들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지음

다산책방 발행ㆍ252쪽ㆍ1만4,800원

여자는 체력

박은지 지음

메멘토 발행ㆍ280쪽ㆍ1만5,000원

20여년간 운동을 해온 박은지 운동 코치가 쓴 ‘여자는 체력’도 사회가 여성의 몸을 대하는 무례하고 권위적인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와 일맥상통한다. 비만 판정을 받은 여고생에서 운동 코치로 거듭나기까지 그가 숱하게 겪어 온 차별적인 시선과 여성에 대한 외모 강박을 꼬집는다. 특히 두 저자는 학교 체육 수업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학교 운동장은 늘 남자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사용됐다는 것, ‘여자라 약하다’ ‘사내 녀석이 그것밖에 못 하냐’는 성 차별적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사회의 그릇된 잣대로 재단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가 보여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당부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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