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유라시아 서쪽 끝 스페인과 동쪽 끝 대한민국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공동번영이 빠르게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스페인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관문이자 허브로, 지정학적 강점을 기반으로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며 ‘교량국가’를 양국 평화ㆍ번영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ㆍ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로서의 스페인은 한국이 꿈꾸는 모습”이라며 “한국도 반도국이라는 지정학적 강점을 살려 대륙과 해양을 잇고 그 힘으로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국빈 방한을 계기로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스페인은 세계를 통상의 시대로 이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류 역사 최초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저력은 오늘의 스페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상생번영을 위한 세 가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경제 협력을 언급하며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와 같은 5G 기반 핵심서비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에너지 협력을 제시하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양국에 도전이자 기회”라며 “스페인 기업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했고, 한국 기업도 스페인에서 1,000㎿급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건설ㆍ인프라의 제3국 공동진출도 거듭 제안했다.
문화교류의 중요성 또한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들은 세르반테스, 피카소, 가우디 등 스페인의 예술을 사랑하고,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스페인의 모습에 매료됐다. 열정적인 스페인의 축구를 부러워한다”며 “스페인에서도 지금 케이팝, 한국 영화, 한식을 즐기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으며 태권도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스페인의 작가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다는 것’이라고 했다”며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양극화를 비롯해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 앞에서도 양국은 서로를 통해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펠리페 6세 국왕, 양국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350여명의 양국 정부ㆍ공공기관 인사 및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양국 정상의 비즈니스 포럼 공동 참석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방문 시 개최된 한ㆍ스페인 비즈니스 포럼 참석 이후 처음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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