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구속했다.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58일 만이다. 전례가 없는 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승부수가 적중함에 따라 조 전 장관 일가를 향한 수사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다음 차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수사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24일 새벽 0시20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영장 심사에서는 검찰과 정 교수 측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정 교수 측에서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한 김칠준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 등 6명이 방어에 나섰고, 검찰도 반부패수사2부를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검사를 대거 심문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입시비리와 사모 펀드 의혹 모두 “조 전 장관의 지위를 이용한 범죄”라고 주장했지만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사실관계를 오해한 것”이라고 맞섰다. 정 교수 측은 뇌종양 및 뇌경색 등 건강문제를 구속 불가 사유로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검찰과 정 교수 측의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에 손을 들어 준 셈이 됐다. 무엇보다 정 교수의 혐의 정도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넘어설 정도로 중대하고, 증거인멸 관련 혐의 역시 분명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 교수의 건강 상태 또한 구속 수사를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인멸 정황을 제시하며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대목도 영장 발부의 주요한 사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 발부로 검찰은 추가 수사와 관련한 동력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상대로 구속수사 기간 20일을 확보한 만큼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추가 혐의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6ㆍ구속기소) 씨가 지난해 8월 2차 전지업체인 WFM에서 횡령한 13억원 가운데 5억원 이상이 정 교수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번 영장에 혐의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검찰은 이 대목에 수사력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인턴증명서 및 사모펀드 ‘블라인드’ 보고서 작성 등 혐의와 관련해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 전 장관과 그의 자녀 등 입시 비리 공범 여부를 포함, 정 교수 영장 기재 혐의를 제외한 추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기정사실이지만, 구체적 일정과 방식은 좀 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