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2.6%에서 2.0%로 낮춘 가운데, 한일 무역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정치 혼란이 5개월 지속되고 있는 홍콩에 대해서는 지난 4월의 2.4%에서 확 떨어진 0.3%를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했다.
IMF는 22일(현지시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분석한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시아 지역 경제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보다 0.4% 포인트 낮은 연 5.0%로, 내년은 5.1%로 예측했다. IMF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태 지역이 △미중 무역 전쟁의 심화 △중국의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자연재해 증가 △한일 간 무역갈등 등의 리스크로 단기 전망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IMF는 홍콩의 정치 상황 악화를 특정해 역내 다른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태 지역의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내수가 정체돼 있는 동안 중국과의 무역이 위축되는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투자와 무역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한일 무역 갈등과 관련해서는 “최근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중요한 재료의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등 양국이 서로에 대한 수출 간소화 혜택을 없앴지만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갈등이 고조될 경우 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IMF는 이 같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뛰어넘을 중장기적 성장 정책을 제안했다. 한국과 인도, 필리핀, 태국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내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 정책과 관련해서는 높은 가계 부채가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잠재적 위험이 되는 한국과 호주, 중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를 꼽으며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감시하고 적절한 거시 안정성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MF는 또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세계 경제에 15% 이상을 기여하는 남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늘리고 고품질의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인적 자본의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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