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운데)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수사 착수 58일만에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특히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을 주장한 조 전 장관을, 이해당사자인 검찰이 과도하게 수사한다”거나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부인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수사를 벌였다”는 그간의 비판이 설득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됐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 측은 혐의 부인을 넘어 뇌경색과 뇌종양 등 건강상 이유까지 내세웠다. 그럼에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단순 정황을 넘어선 구체적인 물적 증거를 제시했고 판사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이 특혜를 넘어선 위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표창장 위조나 증명서 허위 발급에 대한 핵심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의혹도 ‘조 전 장관 일가가 불법 주가조작 세력에 거액을 투자한 사건’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정 교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고위직 공무원의 배우자임에도 무자본 인수합병 세력에 거액의 자본을 투자했고, 불법행위에 가담해 이익을 거둔 뒤 이를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닥쳐오자 정 교수가 동양대와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숨기거나, 사건 관련자들에게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도록 요구한 점,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도 범행을 대부분 부인한 점도 구속 사유가 됐다.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가 증거은닉 과정에서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증거인멸 혐의를 두드러지게 한 물증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에서 정 교수 측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도 역효과를 일으켰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실질심사 뒤 “영장의 혐의 내용 전부가 과장 또는 왜곡이라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함께 기준을 세울 문제이지 구속할 이유는 아니다”, 사모펀드 의혹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정 교수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한층 더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정 교수가 사모펀드나 운용사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라는 이른바 ‘실소유주 의혹’이다. 정 교수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의사결정에 얼마만큼 관여했는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ㆍ구속기소)이 저지른 무자본 인수합병이나 허위 공시를 통한 주가조작 등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묵인 내지 방조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는 게 수사 핵심 포인트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진전이 이뤄진다면 검찰로서는 조 전 장관을 사실상 ‘의혹의 몸통’으로 정조준할 수 있게 된다.

일단 검찰은 정 교수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당시부터 “가장 확실한 혐의만 넣었다”는 입장이었다. 정 교수가 사모펀드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라는 점을 전제로 한 범죄 혐의나, 사모펀드 관련 회사들과 현 정부 정책간 관계에 대한 의혹은 넣지 않았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정 교수가 사모펀드와 관련 회사들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한 검찰 수사 내용이 인정받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강 수사가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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