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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말해 줄 동료가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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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말해 줄 동료가 있었더라면…

입력
2019.10.24 04:40
수정
2019.10.24 08: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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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안전 인력 부족에 노동자 2명 또 목숨 잃어

아세아시멘트 공장 홀로 점검 나선 30대 직원 송풍기 빨려들어가

열차 감시 인력 없이 선로 보수 코레일 노동자들 열차에 치여

22일 오전 경남 밀양시 밀양역 부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22일 오전 경남 밀양시 밀양역 부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안전 인력 부족’문제로 하루 사이 일터에서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망 사고 이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반복되는 ‘일터의 죽음’을 막으려면 보다 강화된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2일 낮 12시12분쯤 충북 제천 송학면 아세아시멘트 공장에서 대형 팬(환기시설)을 점검하던 이 회사 직원 A(32)씨가 쓰러져 있어 동료 작업자가 발견,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A씨는 작업장 송풍기 내부 풍압때문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는데, 발견 당시 화상을 입어 온몸이 그을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장소는) A씨가 늘 근무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기계 결함이 있어 점검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가 없는 걸로 보아 A씨가 홀로 근무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상세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45분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아세아시멘트 관계자는 “A씨는 점검반 소속으로 맡은 구역을 말 그대로 확인(점검)하는 역할”이라며 “(보수작업자가 아닌) A씨가 왜 사고현장에 있었는지 이유가 파악되지 않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쯤 경남 밀양 밀양역 200m 전방 지점에서 철도 선로 작업을 하던 코레일 소속 노동자들도 열차에 치여 B(48)씨가 숨지고, C(31)씨 등 2명이 다쳤다. 현장에서는 총 5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작업자들은 역으로 진입하는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노조가 선로 작업 시 최소한 7명의 작업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으나 인력을 충원해주지 않아 이날 작업도 5명이 해야 했다”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전체 작업을 관리 감독하는 ‘관리감독자’와 ‘열차감시자’의 업무가 중복돼 열차감시자 역할이 부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조사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를 끊어내려면 보다 강화된 안전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는 2인1조 의무화 방안이 담기지 않아, 나홀로 작업을 하는 등 안전인력이 미비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신창현 의원은 “제천 사고의 경우 2인1조 작업을 했으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며 “2인1조 의무화 위험작업의 종류를 확대하도록 고용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기업이 안전관련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으로는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과되는 벌금 등 기업의 손실비용이 안전투자비용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현장관리자급 정도가 책임을 지게 하거나, 1명 사망에 대해 벌금이 500만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동시민단체인 일과건강의 한인임 사무처장은 “산안법에 일부 위험업무들은 안전감시자를 꼭 두도록 하는 시행규칙이 있기도 하고 여러 안전 관련 규제가 있지만, 현장에서 지키지 않아 사고가 생긴다”며 “처벌이 솜방망이라 누구도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산재 사망 등의 사고를 낸 기업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일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야 기업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의 경우 산재 사망 등이 발생할 경우 최대 수백원의 징벌적 벌금을 물리고, 정부도 소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도록 돼있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강력한 처벌 조항이 없이 어떤 안전교육이나 제도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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