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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조사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원조 보류” 폭탄 증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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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조사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원조 보류” 폭탄 증언 나와

입력
2019.10.23 17: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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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대행, 미 하원 증언

민주당 “충격적…쿼드 프로 쿼 입증”

백악관 “극좌 의원과 급진적 관료들의 중상 모략” 반박

트럼프, 탄핵 조사를 ‘린칭’에 비유…인종적 언사로 갈등 유발 비판 쏟아져

월리암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비공개 증언을 마친 뒤 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월리암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비공개 증언을 마친 뒤 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 등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보류했다는 현직 고위급 외교관의 증언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우크라니아 의혹과 관련해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 대가)는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폭탄급 증언으로 평가돼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의혹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으로 꼽혀온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은 22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하원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가 ‘안보 원조를 포함한 모든 것이 그런 (우크라이나의 조사) 발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의회를 통해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서 테일러 대사 대행은 선들랜드 대사에게 "선거운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안보 원조를 보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증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10시간 동안 진행된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비정상적인 비공식 외교 채널에 대한 충격과 당혹감을 지속적으로 토로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그는 지난 7월 18일 백악관 예산 담당자와 통화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통해 우크라이나 원조를 보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놀라서 앉아 있었다"며 한달 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변화를 감지하고 우려가 커져 사임도 준비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8월 22일 백악관의 러시아 담당 보좌관인 팀 모리슨이 통화에서 "대통령이 어떤 원조도 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극도로 괴로웠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간 통화를 반대하면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미국의 비정상적인 비공식 정책 결정 채널로 인해, 국내의 정치적 이유로 중대한 안보 지원을 보류한 것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손상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탄핵 조사의 핵심인 ‘쿼드 프로 쿼’를 입증하는 증거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아드리아노 에스피어랏(민주ㆍ뉴욕) 하원의원은 “폭발적인 증언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최고의 증언이었다”고 말했고 디나 티투스(민주ㆍ네바다) 하원의원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당히 확실해졌다"며 "퀴드 프로 쿼가 맞다"고 말했다.

반면 마크 메도우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은 “새로운 것은 없었다”며 “쿼드 프로 쿼를 입증하는 어떤 증언도 보지 않았다”고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 내렸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다. 이것은 헌법과 전쟁을 벌이는 극좌 의원들과 선출되지 않은 급진적 관료들이 벌이는 중상 모략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테일러 대사 대행의 증언으로 공화당 의원들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하기가 점점 더 곤궁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CNN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이 부적절 하지만 탄핵 기준인 중범죄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식으로 입장을 후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증언에 아랑곳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맹비난하면서 ‘린칭(lynch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모든 공화당원들은 여기서 목격하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것은 린칭이다. 하지만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고 적었다. 린치는 미국 남북전쟁 이후 남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형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부적절한 인종적 언사로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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