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분야 대비 “가장 중요한 부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여부와 관련 "만약 미국 측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종합감사에서 ‘우리나라가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미국이 이를 인정할지 않을 경우 어떤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인 거냐’는 질의에는 “(미국이 WTO 측에 제시한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해당 요건 네 가지가 다 해당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사실상 ‘그렇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미국으로부터)선진국으로의 지위를 요청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날 홍 부총리의 관련 발언을 두고,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을 방침을 사실상 시사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정부는 WTO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4가지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을 제시했다. 이어 7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한국 등을 언급, “잘 사는 나라들이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90일 이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 시한이 23일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하는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엄포도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언제 결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23일로 시한을 제시한 만큼 대외경제장관회의는 기재부 종합국감(23~24일)을 마치는 25일에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홍 부총리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농업인데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위 유지 여부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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